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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신화의 교차점, 브라마 사로바르

우주 창조의 출발점에서 바라보는 시간
신화·의식·자연이 얽힌 쿠루크셰트라의 큰 물그릇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인도 하리아나 주 쿠루크셰트라의 브라마 사로바르는 이름부터 거대한 세계관을 품고 있다. ‘사로바르(sarovar)’란 힌두교에서 신성시되는 물웅덩이를 뜻하며, 이곳은 우주 창조의 기원이자 영혼의 정화가 시작된 장소로 여겨져 왔다. 신화와 역사, 자연이 얽힌 이 거대한 물그릇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도 문화와 종교적 상상력이 흐르는 장대한 무대다.

 

 

신화가 물결로 남은 곳

 

브라마 사로바르는 길이 약 3600피트, 너비 약 1500 피트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공 저수지 중 하나다. 힌두 신화에 따르면 우주는 이 쿠루크셰트라의 땅에서 신 브라흐마(Brahma)가 거대한 의식을 통해 창조를 시작했으며, 그 액션의 중심이 바로 이 물이었다고 전해진다. 고대 여행가 알베루니는 11세기 저서에서 이 물웅덩이를 작은 바다라 표현하기도 했다.

 

전설은 단지 이름만 남은 신화가 아니다. 사로바르 주변의 계단식 ghats(강변 계단)에는 마하바라타 서사의 주요 인물 이름이 붙어 있으며, 중간 섬에는 유디슈티라가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는 기념물이 있다. 이들 지점은 단순한 유적이라기보다 이야기와 장소가 물리적으로 만나는 지점으로, 방문객은 발걸음을 옮길수록 신화의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감각을 마주한다.

 

의식과 절기, 공동체의 시간

 

브라마 사로바르는 종교적 축제와 의식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11월 말부터 12월 초 사이의 기타 자얀티(Gita Jayanti) 축제 기간에는 ‘deep daan’이라 불리는 수등(물 위에 띄우는 램프)과 아르티(aarti) 의식이 펼쳐지며, 수천 명의 순례자와 방문객을 이끈다. 이 시기에는 물가에 조명이 비치고, 야생 조류들이 함께 머물러 자연과 영적 체험이 겹쳐진 풍경이 연출된다.

 

힌두력으로 태양과 달의 위치가 중요한 순간, 특히 일식 동안에 이곳에서 목욕하는 것은 수천 번의 아슈바메다 야즈나(고대 신성 제사)만큼 큰 공덕을 준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사로바르가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라 삶·죽음·구원의 경계를 상징하는 공간임을 보여 준다.

 

 

자연과 사람, 경관의 변주

 

사로바르는 종교적 의미만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시베리아와 몽골 등지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이곳을 찾아들며 생태적 공간으로서의 매력도 더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고비행을 하는 바리헤드거위(bar-headed goose)부터 오리와 작은 참새류까지 다양한 종이 휴식하며, 자연과 신화가 한 화면에 겹쳐지는 순간을 만든다.

 

물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ghats는 노을이 질 때 더욱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석양이 사로바르의 물 위에 은빛 반사로 퍼질 때, 물과 하늘, 인간의 몸짓이 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풍경은 단순한 사진 풍경을 넘어 수천 년의 시간성이 겹친 장면처럼 느껴진다.

 

주변의 풍경과 서사

 

브라마 사로바르 주변에는 다른 종교적 명소들이 함께 자리한다. 인근 *버르라 기타 만디르(Birla Gita Mandir)*는 《바가바드 기타》 사상의 주요 지점을 조망할 수 있는 현대적 사원이며, 바바 나트’s 하벨리와 고대 사원들도 이 지역의 역사적 층위를 더한다. 사로바르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조티사르(Jyotisar)는 크리슈나가 아르주나에게 기탄을 설파했다고 전해지는 장소로, 서사의 시작과 끝이 공간적으로 연결된다.

 

브라마 사로바르는 단일한 장소가 아니라 문화적 텍스트다. 신화의 심장부에서 물길과 공간이 교차하며 인도 정신사의 시간성을 드러낸다. 물속에 반사된 하늘과 사람들의 발자국은 곧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서사의 첫 문장처럼 자리한다. 브라마 사로바르는 여전히 살아 있는 신화의 현장이며, 방문객에게 여행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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