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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 2026 크루즈] ① '큰손' 돌아온 한국항, 장바구니엔 'K-뷰티' 가득

2025 실태조사 분석 결과, 쇼핑 만족도 1위는 '화장품'… 전통시장 방문객도 급증

바다 위 움직이는 호텔, 크루즈가 다시 우리 앞바다로 몰려오고 있다. 엔데믹 이후 글로벌 크루즈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하면서, 한국 역시 '동북아 크루즈 허브'로 재도약할 결정적 기회를 맞았다.

 

[뉴스트래블]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외래 크루즈 관광객 실태조사'와 '기항지 수용태세 컨설팅 보고서' 그리고 '해외 크루즈 운영 사례 부록' 등 방대한 데이터를 단독 분석했다. 250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과 전문가 그룹의 진단을 통해 우리 관광 산업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1편: '큰손' 돌아온 한국항, 장바구니엔 'K-뷰티' 가득

2편: "아쉬운 6시간"… 기항지 체류시간 늘려야 '진짜 수익' 난다

3편: '쇼핑' 부산 vs '풍경' 제주... 항구마다 색깔 달라야 산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한국을 찾는 외래 크루즈 관광객들의 소비 지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유명 관광지를 눈으로만 훑던 '유람' 중심에서 한국의 브랜드와 문화를 직접 소유하려는 '소비형' 관광으로의 전환이 뚜렷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외래 크루즈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한 크루즈객들이 기항지에서 구매한 품목(1순위 기준) 중 압도적 1위는 '향수 및 화장품'이었다. 이어 김치와 김, 과자류를 포함한 식료품이 2위를 차지했으며, 의류와 신발류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여성 관광객뿐만 아니라 남성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K-뷰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며, 한국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글로벌 뷰티 쇼핑의 성지로 각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백화점보다 시장이 좋다"… 부산 69%·속초 66%가 전통시장 선택한 이유

 

쇼핑 장소의 변화는 더욱 파격적이다. 과거 면세점과 백화점에 집중됐던 쇼핑 동선이 로컬의 심장인 '전통시장'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실제 기항지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산항의 경우 쇼핑객의 무려 69.0%가 전통시장을 이용했다고 답해 백화점(40.1%)이나 대형마트(22.3%)를 큰 차이로 앞질렀다. 속초항 역시 전통시장 쇼핑에 대한 기대감이 66.5%에 달했다. 이는 규격화된 상품보다는 한국인의 실제 삶과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에서의 '체험적 소비'를 선호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장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시장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즉석에서 맛보는 길거리 음식을 쇼핑과 결합된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전통시장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소품과 로컬 식재료는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한국 방문의 증거'가 되고 있다.

 

◇ '물건'은 팔지만 '브랜드'는 없다… 전문가가 지적한 고부가가치 창출의 한계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쇼핑 구조가 일부 품목과 저가 기념품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음을 매섭게 지적한다. '기항지 수용태세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객들의 쇼핑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지만 '지역 특색을 담은 고가 기념품'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한국의 기항지들이 아직 '물건을 파는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지역의 고유성을 담은 '브랜드를 파는 단계'로 진입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단순히 면세 제품을 나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지역 상권 내 소비를 직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는 특화 로컬 브랜드 발굴과 음식 메뉴의 다양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서산이나 포항 같은 신규 기항지일수록 지역 밀착형 쇼핑 콘텐츠와 연계된 고소득 창출 모델이 부재하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꼽혔다.

 

◇ 튀르키예·멕시코의 해법…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작품'을 파는 쇼핑의 진화

 

해외 선진 기항지들은 이미 '로컬 제작'을 쇼핑의 핵심으로 삼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해외 크루즈 운영 사례 부록'을 분석한 결과, 튀르키예 쿠샤다스는 지역 와이너리와 연계한 도자기 페인팅 체험을 통해 단순한 기념품을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켰고, 멕시코 오악사카는 여성 협동조합의 공예 체험을 크루즈 전용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켜 지역 경제에 수익을 직접 환원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진행되는 '지역 화가와 함께하는 올드타운 스케치 워크숍'은 참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기념품으로 제공해 지출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이처럼 '경험'을 구매하게 만드는 전략은 관광객의 지갑을 열 뿐만 아니라, 방문지에 대한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향후 재방문을 유도하는 강력한 장치가 된다.

 

◇ 2026 크루즈 전성시대, '양'보다 '질'… 몰입형 체험 쇼핑으로 승부해야

 

데이터는 명확하다. 크루즈 관광객은 준비된 콘텐츠에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이들의 쇼핑 만족도가 향후 한국 재방문 의향(78.5% 이상 긍정)을 견인하는 핵심 고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쇼핑 콘텐츠의 질적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천연염색, 한지 공예, 자개 부채 만들기 등 한국 고유의 미감을 체험하고 그 결과물을 구매하게 만드는 '몰입형 소비'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컨설팅 보고서가 강조한 '지역 내 소비 유발성 콘텐츠' 개발을 위해 지자체와 지역 상권의 유기적인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는 우리 관광업계가 그들의 장바구니에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대한민국만의 가치와 경험'을 어떻게 담아낼지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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