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크로아티아 여행을 한 도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남쪽의 성벽 도시에서 시작해 황제의 궁전을 지나 북쪽의 미식 반도에 닿는 여정은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간을 잇는다. 제국의 시간, 땅의 시간, 식탁의 시간이 한 나라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드리아해를 따라 북상하는 10일은 관광지 체크리스트를 지우는 일정이 아니다. 풍경이 바뀔 때마다 시대가 달라지고, 접시 위의 맛이 달라진다. 이 루트는 크로아티아를 점이 아니라 선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남쪽에서 시작하는 서사
여정은 두브로브니크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극적이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리는 이 도시는 중세 성벽이 완벽한 원형으로 남아 있다. 성벽 위를 걸으며 내려다보는 코발트빛 바다는 크로아티아 여행의 상징적인 첫 장면이 된다.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붉은 지붕과 석회암 골목이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의 하루 이틀은 여행의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바다와 돌, 그리고 햇빛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남쪽 크로아티아의 얼굴이다.
황제의 궁전을 지나
두브로브니크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스플리트가 기다린다. 이 도시의 중심에는 4세기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지은 궁전이 남아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거대한 유적 안에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대의 성벽 안에 카페와 상점, 주택이 들어서 있다.
스플리트는 과거와 현재가 가장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이다. 궁전 지하 회랑을 지나 항구로 나가면 요트가 떠 있고, 석양 아래 광장에는 음악이 흐른다. 제국의 시간은 이곳에서도 박제되지 않고 일상 속에 스며 있다.
속도를 늦추는 북쪽
스플리트에서 항공편이나 자그레브 경유 이동을 통해 이스트라로 올라가면 분위기는 또 한 번 달라진다. 풀라에서는 원형경기장을 중심으로 고대 로마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로빈의 항구에서는 베네치아풍 건물이 바다와 맞닿는다. 언덕 위 모토분에서는 트러플 숲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이 구간에서는 최소 4~5일을 머무는 것이 좋다. 도시 하나를 소비하듯 둘러보기보다, 농가 투어와 와이너리 방문, 해안 산책을 천천히 엮어야 이스트라의 진가가 드러난다. 남쪽이 강렬한 색채라면, 북쪽은 깊이와 여백으로 기억된다.
하나의 나라, 세 개의 시간
크로아티아를 종단하는 10일 루트는 결국 세 가지 시간을 체험하는 과정이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중세의 시간을 걷고, 스플리트에서 로마의 시간을 지나, 이스트라에서 토양과 식탁의 시간을 만난다. 이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여행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하나의 서사가 된다.
이탈리아가 질투할 반도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로마의 유산은 더 온전하게 남아 있고, 미식은 아직 과잉 소비되지 않았으며, 풍경은 여전히 여백을 품고 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완성되는 이 10일은, 익숙한 유럽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만든다.
연재는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질문은 남는다. 유럽 여행의 다음 장면은 어디일까. 지금 이 순간, 아드리아해 북쪽 반도는 그 답에 가장 가까운 이름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