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중미의 중심 과테말라는 찬란한 마야 문명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있는 땅이다. 티칼의 거대한 신전과 안티구아의 고풍스러운 거리, 그리고 화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자를 순식간에 매료시킨다. 그러나 그 유적의 그림자 아래에는 사회 불안과 범죄, 빈부격차의 현실이 공존한다. 이곳을 찾는 이라면 낭만보다 냉정한 준비가 먼저다.
과테말라는 한국보다 15시간 늦은 중앙표준시(UTC−6)를 사용하며, 연중 서머타임은 없다. 통화는 케찰(Quetzal, GTQ)로, 1케찰은 약 175원 수준(2025년 10월 기준)이다. 신용카드는 수도와 주요 관광지의 호텔·식당에서 통용되지만, 지방에서는 현금이 더 안전하다. 환전은 은행이나 공인 환전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ATM 사용 시에는 주변 환경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치안과 안전 상황
과테말라는 중남미에서도 범죄율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내전 종식 이후에도 ‘마라스(Maras)’라 불리는 조직범죄 세력이 여전히 활동 중이며, 마약 밀매와 무기 거래가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24년 기준 과테말라의 연간 살인 건수는 약 2,800건, 인구 10만 명당 16.1명 수준으로(InSight Crime, 2025), 여전히 높은 폭력 지수를 보인다.
우리 외교부는 수도 과테말라시티와 주요 관광지(안티구아·티칼 등)에 대해 ‘여행자제’(2단계), 일부 내륙과 변경 지역에는 '철수권고’(3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야간 외출이나 외딴 지역 이동은 피하고, 현금 인출·교통사고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즉시 차량을 벗어나지 않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 문화와 사회적 규범
과테말라는 마야 전통과 스페인 식민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다. 거리마다 원색의 직물과 전통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고, 가톨릭과 토착 신앙이 뒤섞인 축제는 여행자에게 이색적인 인상을 남긴다. 다만, 정치적 시위나 집회는 돌발적으로 격화될 수 있으므로 접근을 피해야 한다. 사진 촬영 시에는 반드시 동의를 구하고, 특히 원주민 복장을 한 여성이나 어린이를 무단 촬영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 여행자 행동 지침
과테말라를 여행할 때는 안전이 곧 일정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항과 호텔,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의 소매치기 피해가 많으므로 귀중품은 최소화하고, 도심 ATM보다는 은행 내부 기기를 이용한다. 우기(5~10월)에는 도로 붕괴나 홍수로 교통이 지연될 수 있으며, 산악 지역은 지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MMR(홍역·볼거리·풍진)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광견병이나 말라리아 위험 지역을 방문할 경우 현지 의료기관의 안내에 따라 예방 조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 교통과 비자 안내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비자 없이 최대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공항 입국 시 귀국 항공권과 체류지 정보를 제시하면 입국 절차가 간단하다. 시내 이동은 공식 등록 택시나 호텔·공항 콜 서비스를 이용하고, 비공식 차량이나 길거리 흥정 택시는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지방 이동 시에는 여행사나 숙소를 통해 전용 차량을 예약하는 것이 좋다.
과테말라는 마야의 찬란한 유산과 현대 중미의 복잡한 현실이 공존하는 나라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화려한 관광지보다 그 속에 숨은 역사와 삶의 무게에서 빛난다. 여행자는 매 순간의 풍경 속에서 문화의 깊이를 느끼되, 늘 주변을 살피고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과테말라의 매혹은 준비된 여행자에게만 온전히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