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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여행, 호수의 도시와 범죄의 그늘 사이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미시간호가 펼치는 끝없는 수평선, 고층 건물이 만들어내는 견고한 스카이라인, 그리고 재즈와 건축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시카고는 미국 중서부의 문화적 중심지이자,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도시다. 그러나 이 빛나는 풍경 뒤에는 오래된 범죄 문제, 지역별 치안 격차, 그리고 도시가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 불안정이 공존한다. 시카고의 매력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이 양면성을 이해한 채 도시를 걸어야 한다.

 

 

치안과 안전 상황

시카고는 미국에서 범죄율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1990년대에 비해 전체 범죄율은 장기적으로 감소했지만, 지역에 따라 강·절도·총기 사건이 집중되는 현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다운타운·루프(Loop)·노스사이드와 같은 관광 중심지는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되지만, 남부(South Side)·웨스트사이드(West Side)는 지금도 폭력·마약 거래·총기 사건이 반복되는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도 총기 관련 사건 비율이 높은 도시 중 하나로, 현지 경찰은 도시 전역에 설치된 2,000대 이상의 감시 카메라와 통합 대응 시스템을 활용해 치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자 관점에서는 여전히 시간대와 동선에 따라 체감 안전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치·사회적 긴장과 도시 분위기

시카고는 정치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경제적 양극화와 인종·지역 간 격차가 뚜렷하다. 특히 남·서부 지역의 빈곤 문제와 청년층 실업률, 육로 이동 중 발생하는 마약 유통 갈등 등이 도시의 불안정성을 강화해 왔다. 도심은 관광객이 몰리고 기업 활동이 활발해 밝고 역동적이지만, 골목이나 외곽으로 벗어나면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진다. 여행자들이 ‘중심가만 안전하다’고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

시카고는 전통적으로 보수적 기질이 강한 중서부 문화권에 속한다. 거리에서 타인과 어깨가 스치면 반드시 “Excuse me”라고 말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며, 낯선 사람과의 과도한 신체적 접촉은 실례가 된다. 흡연은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금지되어 있고, 술이나 담배를 구매할 때는 신분증 제시가 필수다. 또한 대형 도시답게 인종 구성이 다양하지만, 지역별 커뮤니티 성향이 확연히 나뉘는 편이어서 밤 시간대의 특정 지역 방문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행자 행동 지침

시카고를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지역 선택’과 ‘시간대 선택’이다. 루프와 노스사이드는 낮과 저녁 모두 안전한 편이지만, 외곽으로 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관광지와 식당·공연장 등에서는 가방을 의자에 걸어두기보다는 무릎 위나 몸 쪽에 두는 것이 좋다. 공공장소에서 사람을 툭 치고 지나가는 방식의 소매치기는 지금도 흔하게 보고된다. 영화관 역시 출구에서 가까운 좌석이 안전하며, 어두운 구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 걷기 여행을 계획한다면 산책로·동선·우범 시간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밤에는 단독 산책 대신 차량 이동을 택하고, 버스나 전철을 이용할 때는 밝고 사람이 많은 정류장에서 승하차하는 것이 안전하다. 시카고 남부 30번가~140번가 외곽은 강력사건 비율이 높아 지금도 여행자에게 비권장 구역이다.

 

교통 및 편의 정보

시카고의 교통망은 미국 도시 중에서도 잘 갖춰진 편이다. 다운타운을 둘러싸는 고가전철 구간 ‘루프’는 관광객에게 매우 편리하며, 레드·블루 라인은 공항과 시내를 잇는 주요 노선으로 널리 이용된다. 다만 밤늦게는 전철 내 소란, 노숙자 상주, 간헐적 절도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택시나 차량 호출 서비스가 더 안전하다. 시내 운전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일방통행이 많아 표지판 확인이 중요하다. 모든 ‘STOP’ 표지에서는 반드시 정지해야 하며, 이는 현지 경찰이 단속을 엄격히 하는 부분 중 하나다.

 

기후와 자연환경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Windy City)’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연중 바람이 강하게 부는 도시다. 겨울은 매우 춥고 눈도 많이 와 한국보다 혹독할 때가 많으며, 미시간호 영향으로 일교차도 크게 난다. 여름은 비교적 청명하지만 폭염과 강풍이 반복되는 시기가 있어 여행 전 기상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자연재해는 미국 남부·동부에 비해 적은 편으로, 태풍·가뭄·폭우 위험은 낮다.

 

건강, 의료, 공관 정보

시카고의 의료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응급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여행 전 여행자보험 가입은 필수다. 기본적인 의약품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항생제는 반드시 처방전이 필요하다. 긴급 상황에서는 911, 또는 주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카고는 호수의 도시가 가진 아름다움과 대도시가 품은 긴장감이 맞닿아 있는 공간이다. 건축과 음악, 문화가 주는 감동은 여전히 강렬하지만, 지역별 치안 격차와 총기 사건의 위험은 이 도시의 현실을 보여준다. 시카고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빛나는 루프의 야경 뒤에 있는 그늘을 이해하고, 한 걸음 한 걸음을 준비된 마음으로 내딛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시카고는 여행자에게 풍경 이상의 의미를 건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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