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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 여행, 원시의 낙원과 위험의 경계 사이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태평양의 남단, 미지의 정글이 숨 쉬는 섬나라 파푸아뉴기니. 초록빛 밀림과 부족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은 인류학자들에게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지만, 여행자에게는 위험과 경이의 경계에 선 낯선 땅이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원시의 순수로 남았지만, 그만큼의 경계심 없이는 쉽게 발을 디딜 수 없다.

 

◇ 치안과 안전 상황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Port Moresby)는 대양주 지역에서도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실업률이 높고, 빈곤층이 급증하면서 무장 강도, 절도, 납치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래스칼(Rascal)’이라 불리는 조직 범죄 집단은 총기와 칼로 무장해 도심은 물론 관광지·골프장에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금품을 빼앗는다. 낮 시간에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며, 현지 경찰의 부패와 대응 지연으로 신고가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단순 절도에서 몸값을 요구하는 납치형 범죄로 발전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외출 시에는 반드시 현지 가이드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운전기사와 동행해야 하며, 야간 이동은 절대 피해야 한다. 특히 일요일에는 경찰 순찰이 줄어드는 만큼 관광·쇼핑·외출을 삼가는 것이 안전하다.

 

◇ 정치·사회적 긴장

파푸아뉴기니는 오랜 기간 영국·호주 식민지로 있다가 1975년 독립했으나, 지금도 800여 개 부족이 공존하는 다언어·다문화 사회다. 부족 간 영토 분쟁과 정치적 경쟁이 빈번하며, 지방 선거 시기에는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남부 하이라랜드(Highlands) 지역에서 마을 간 충돌로 인한 사망 사건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의 치안 통제가 제한적이다. 대규모 시위나 내전 수준의 혼란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무력 충돌”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불안정한 사회 구조다.

 

◇ 문화와 사회적 규범

파푸아뉴기니는 외국인에게 호기심이 많고, 일반적으로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사진 촬영이나 신체 접촉은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부족 마을에서는 장신구나 전통 복장을 함부로 만지지 말아야 하며, 사진을 찍을 때는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한다. 여성 여행자의 경우, 노출이 심한 옷차림은 성희롱이나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불법이며, 술에 취해 있는 외국인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 여행자 행동 지침

대중교통은 안전하지 않다. 버스와 택시는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며, 차량 절도나 강도 피해가 잦다. 호텔 또는 현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차량만 이용하고, 공항 이동 시에는 사전에 픽업 서비스를 예약해야 한다. 차량 이동 중에는 문과 창문을 잠그고, 길가의 행인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강도나 ‘래스칼’에게 마주쳤을 경우에는 저항하지 말고 소지품을 모두 내주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은행이나 환전소 이용 시에는 동행인을 두고, 귀중품은 숙소 금고에 보관한다. 포트모르즈비의 다운타운 지역 외곽, 고립된 도로, 주택가는 특히 위험하다.

 

◇ 건강, 기후 및 기타 유의사항

파푸아뉴기니는 열대 몬순 기후에 속하며, 건기(5~10월)와 우기(11~4월)로 구분된다. 수도는 연중 30℃ 안팎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우기에는 폭우·홍수·산사태 피해가 발생한다. 말라리아, 뎅기열, 장티푸스 등 열대성 질병 위험이 높으므로 모기 기피제, 긴 옷, 예방약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의료 인프라는 매우 열악해 정밀 진료나 수술이 불가능하며, 응급 상황 시에는 호주나 한국으로 이송해야 한다. 수돗물은 마시기에 부적합하며, 음식은 완전히 익힌 후 섭취해야 한다. 전력은 240V / 50Hz를 사용하며, 한국과 시차는 +1시간이다.

 

파푸아뉴기니는 문명과 원시가 공존하는 마지막 대지다. 그러나 이곳의 낙원은 결코 순한 얼굴을 하지 않는다. 정글의 평화 뒤에는 가난이, 미소의 이면에는 폭력이 숨어 있다. 그럼에도 이 땅의 색채와 숨결은 여전히 강렬하다. 여행자는 자연의 거칠음과 인간의 복잡함을 함께 받아들일 때 비로소 파푸아뉴기니의 진짜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이곳은 낭만이 아닌 경계의 여행지, 준비된 이들만이 건널 수 있는 남태평양의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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