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9 (수)

  • 맑음동두천 -2.2℃
  • 맑음강릉 2.7℃
  • 맑음서울 0.4℃
  • 흐림대전 3.1℃
  • 구름조금대구 3.8℃
  • 맑음울산 2.5℃
  • 흐림광주 4.5℃
  • 구름조금부산 4.1℃
  • 구름많음고창 3.1℃
  • 제주 8.8℃
  • 맑음강화 -2.5℃
  • 흐림보은 1.4℃
  • 흐림금산 2.7℃
  • 구름많음강진군 5.6℃
  • 맑음경주시 2.1℃
  • 구름조금거제 3.5℃
기상청 제공

APEC이 바꾼 경주의 맛 지도…외국인들이 주목한 ‘한국의 새로운 미식 코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APEC 2025가 남긴 변화는 회의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글로벌 소셜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번 행사는 경주의 맛을 세계인의 입맛 위로 올려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국관광공사가 APEC 기간 동안 해외 22개국의 온라인·SNS 언급을 분석한 결과, 경주의 간식과 한국 대중 한식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 직전 대비 언급량 증가 폭이 가장 큰 분야가 바로 미식 콘텐츠였다.

 

데이터는 외국인들이 경주를 단순히 고도(古都)로 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일상의 한국 음식을 함께 경험하려는 흐름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APEC 정상들의 방문, 한국관광공사 연계 프로그램, 그리고 SNS에서 빠르게 퍼진 ‘경주의 인기 간식’이 결합되며 독특한 미식 지도가 형성됐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경주의 대표 간식류였다. 평소 국내 여행자에게 친숙했던 이 지역의 전통 간식이 APEC 기간 해외 SNS에서 빈번히 등장했다. 여행자의 인증샷과 짧은 영상 콘텐츠가 주된 형태로 퍼졌고, 동남아와 북미 지역에서 언급량이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를 “경주의 일상적 간식이 글로벌 소비로 전환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흐름은 한국의 대중 한식이 함께 부상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APEC 일정과 관련된 콘텐츠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일상 음식과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이는 기존의 전통 한식 중심의 관심과는 다른 양상이다. SNS에서는 비빔밥·김밥 같은 익숙한 메뉴뿐 아니라, 한국식 디저트·간편식·편의점 상품 등이 함께 언급되며 “지금 한국의 음식”이라는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냈다.


보고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정치적 이슈로 시작된 관심이 미식으로 확장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즉, APEC 회의 자체가 아니라, 회의가 촉발한 온라인 탐색이 한국의 대중적 음식 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경주의 소형 카페·디저트 브랜드는 예상 밖의 인기를 누렸다. “APEC 때문에 새로 알게 된 경주의 맛집”이라는 게시물이 해외에서 공유되며 브랜드 이름이 낯선 국가까지 도달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지역 카페 문화까지 함께 소비되었다는 점은 경주가 가진 미식 지도가 더 이상 전통 음식에 한정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SNS 확산 패턴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전통음식·간식 사진보다 카페 감성, 포장 패키지, 굿즈 형태의 비주얼 콘텐츠가 더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주의 음식이 관광 경험의 일부를 넘어, 온라인에서 재생산되는 문화 코드로 기능했다는 의미다.

 

APEC 기간 동안 한국관광공사가 연계한 미식 체험 프로그램도 반응을 키운 요소다. 보고서에 따르면 APEC 관련 이동·관광·체험·굿즈 프로그램과 연계된 콘텐츠가 함께 검색되며, 경주의 지역 미식이 “이벤트 기반 관광”에서 “일상적 소비”로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 이용자들은 경주 미식 콘텐츠를 새로운 여행 동선의 일부로 간주했고, 이는 사후 검색량이 일정 수준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데이터는 APEC이 경주에 남긴 미식적 파장을 잘 보여준다. 전통 간식과 대중 한식이라는 두 축이 자연스럽게 결합되며, 경주는 세계인의 SNS에서 새로운 맛의 목적지로 자리 잡았다. 고도(古都)의 이미지 뒤에 가려졌던 경주의 일상 음식들은 국제 이벤트를 계기로 재발견됐고, 이는 향후 지역 관광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APEC이 만든 이 새로운 미식 지도는 단순한 식문화의 확산이 아니라, 경주의 도시 이미지가 어떻게 글로벌 감각 속에서 변주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경주가 앞으로 어떤 음식과 경험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다시 사로잡게 될지, 그 다음 페이지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