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3 (화)

  • 흐림동두천 0.6℃
  • 흐림강릉 7.1℃
  • 서울 3.1℃
  • 대전 3.3℃
  • 대구 5.9℃
  • 울산 9.0℃
  • 광주 8.4℃
  • 부산 11.1℃
  • 흐림고창 9.8℃
  • 흐림제주 15.4℃
  • 흐림강화 1.1℃
  • 흐림보은 2.6℃
  • 흐림금산 3.2℃
  • 흐림강진군 8.9℃
  • 흐림경주시 6.6℃
  • 흐림거제 8.8℃
기상청 제공

[NT 기획] 싱가포르 관광청은 왜 넷플릭스·오픈AI와 손잡았나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관광청이 넷플릭스, 글로벌 음반사, 인공지능 기업과 협업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싱가포르 관광청(STB)이 추진 중인 전략적 파트너십은 전통적인 관광 마케팅의 범위를 넘어 콘텐츠 산업과 디지털 기술, 금융과 플랫폼 기업까지 끌어안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지사가 최근 발간한 ‘싱가포르 관광청의 전략적 파트너십 현황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STB는 관광을 단순한 방문 유치 산업이 아닌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정의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의 협업이다. STB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F1 다큐멘터리 ‘Drive to Survive’ 싱가포르 편을 제작해 야간 도심과 스트리트 서킷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노출했다. 콜드플레이, 워너뮤직 등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뮤직비디오와 공연 콘텐츠에 도시 전경과 문화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광고보다 콘텐츠에 가깝고, 홍보보다 경험에 가까운 관광 전략”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접근은 관광청의 역할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 관광청이 항공 좌석과 숙박 상품을 중심으로 수요를 유치했다면, STB는 이제 어떤 콘텐츠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작동하는지, 어떤 플랫폼이 관광 수요를 실제 방문으로 전환시키는지를 설계하는 ‘기획자’에 가깝다. 콘텐츠 기업에는 촬영 환경과 행정 지원을 제공하고, 플랫폼 기업에는 데이터와 실증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업 구조를 짠다.

 

기술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같은 맥락이다. STB는 2025년 오픈AI와 관광 산업 최초의 AI 기반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맞춤형 관광 추천과 다국어 지원, 관광 수요 분석 등 AI 기술을 관광 서비스에 접목하는 실증을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이를 “관광청이 기술 수요자가 아닌 테스트베드 제공자로 역할을 확장한 사례”로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협업이 단발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STB의 파트너십 다수는 3~5년 단위 중장기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단순 노출 지표가 아닌 방문 전환, 체류 시간, 소비 확대 등 실질 성과를 공동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관광청과 민간 기업이 같은 KPI를 공유하는 구조다.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지사는 보고서에서 “싱가포르 관광청의 파트너십 전략은 관광 정책과 산업 전략, 도시 브랜드를 하나의 틀로 묶는 방식”이라며 “관광청이 협업의 중심 플랫폼으로 기능할 때 민간 기업의 참여와 실험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사례는 관광 경쟁이 더 이상 관광지 간 경쟁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와 기술, 산업 생태계를 둘러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청이 무엇을 홍보하느냐보다, 누구와 어떻게 협업하느냐가 관광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