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동유럽의 관문에 자리한 루마니아는 중세 도시와 카르파티아 산맥,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물가로 여행자의 관심을 끌어온 나라다. 대규모 테러나 내전과는 거리가 멀고,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고요함 뒤에는 여행자를 노린 생활형 범죄와 열악한 인프라라는 현실이 겹쳐 있다. 루마니아 여행은 ‘위험한 나라’라기보다는, 방심이 곧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에 가깝다.
치안과 안전 상황
루마니아는 강력 범죄 발생률이 비교적 낮고, 대규모 테러 사건도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정치적 혼란이나 내전 위험 역시 크지 않아 전반적인 국가 안정성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외국인, 특히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소매치기와 노상 강탈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범죄의 대부분은 계획적 폭력보다는 순간적인 기회를 노린 절도 형태로 나타난다. 부카레스트를 비롯한 대도시 중심부, 기차역과 대중교통 이용 구간에서 피해 사례가 집중된다.
특히 주의해야 할 환경
루마니아 전역에는 주인 없는 떠돌이 개가 많으며, 부카레스트 시내에만 수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외국인이 개에 물려 사망한 사례가 있었고, 해마다 수천 명이 개에 물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광견병 보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기 때문에, 도심이라 하더라도 떠돌이 개와의 접촉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이는 관광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루마니아 특유의 위험 요소다.
주요 범죄 유형과 사례
밤거리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편이라 야간 외출 시 날치기나 강도 피해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찰을 사칭해 불법 환전이나 마약 혐의를 이유로 신분증과 소지품 검사를 요구한 뒤 현금을 훔치는 사례도 보고돼 있다. 저렴한 전통 숙박시설이나 개인 주택으로 안내하겠다며 접근한 뒤, 수면제가 든 술이나 음료를 마시게 해 금품을 훔치는 수법도 반복된다. 차량을 대상으로 한 절도 역시 흔해, 주차 중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잦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
루마니아는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언급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역사적 배경을 가볍게 농담처럼 언급하는 것은 현지인에게 무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전반적으로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사회는 아니지만, 낯선 친절에는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교통과 이동 환경
대중교통 요금은 저렴한 편이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혼잡도가 높아 소매치기 위험이 커진다. 지하철, 트램, 버스를 이용할 때는 승차권을 반드시 각인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무임승차로 간주돼 즉시 벌금이 부과된다. 택시는 요금 차이가 크고 일부 개인택시는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기도 하므로, 콜택시 이용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도로 사정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난폭 운전이 많아 운전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 환경과 건강 유의사항
루마니아의 의료 시설은 전반적으로 낙후된 편이며, 일부 약품의 품질이나 접근성도 제한적이다. 기본적인 의약품은 구입할 수 있으나, 여름철에는 식중독 등 위생 문제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사립병원 이용 시 진료비는 비교적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여행자보험 가입은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
여행자 행동 지침
루마니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야간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불가피할 경우에는 반드시 차량을 이용하고, 혼자 걷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ATM은 주로 건물 외부에 설치돼 있어 현금 인출 시 날치기 위험이 높으므로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필요하다. 낯선 사람의 숙박 제안이나 과도한 친절은 단호히 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루마니아는 조용하고 소박한 매력을 지닌 나라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항상 안전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느슨한 경계는 곧 범죄의 틈이 되고, 익숙지 않은 환경은 여행자를 취약하게 만든다. 준비된 여행자에게 루마니아는 차분한 동유럽의 얼굴을 보여주지만, 방심한 여행자에게는 그 경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이 나라는 언제나 조용하지만, 결코 무방비로 다가갈 곳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