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이란 남부 평원에 남아 있는 페르세폴리스는 폐허에 가깝다. 기둥은 부서졌고, 궁전은 바닥만 남았다. 그러나 이 장소를 바라보는 이란의 시선은 과거형에 머물지 않는다. 페르세폴리스는 사라진 제국의 유적이 아니라, 현재 국가 정체성을 설명하는 기준점이다.
이란은 수차례 체제가 바뀌었고, 종교와 정치의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이 국가는 제국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 페르세폴리스는 고대와 현대가 단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과거를 극복한 나라가 아니라, 과거를 안고 현재를 구성한 나라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페르세폴리스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였다. 단일 도시라기보다 제국의 상징 공간이었다. 왕은 이곳에 상주하지 않았지만, 제국의 질서는 여기서 선언됐다. 국가는 행정이 아니라 상징으로 먼저 구성됐다.
이곳은 정복의 결과를 과시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여러 민족이 조공을 바치는 모습이 부조로 남아 있다. 그러나 폭력보다는 질서가 강조됐다. 제국은 다양성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했다.
이란이 이 장소를 국가의 대표 장면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국가는 단일 민족 국가로 출발하지 않았다. 여러 문명과 종교를 포괄한 제국의 경험이 뿌리에 있다. 페르세폴리스는 그 기억의 집합체다.
현대 이란의 정치 체제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가의 깊이는 이곳에서 확보된다. 이란은 현재를 설명할 때 과거를 호출한다. 페르세폴리스는 그 호출의 출발점이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페르세폴리스는 다리우스 1세 시기에 건설됐다. 수도 이전이 아니라, 제국을 시각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넓은 평원 위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이 공간은 의도적이었다. 자연보다 권력이 앞선 설계였다.
건축에는 제국 전역의 기술과 인력이 동원됐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소아시아의 양식이 혼합됐다. 이는 제국의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통합은 파괴가 아니라 결합으로 이뤄졌다.
궁전과 계단, 기둥은 의례를 중심으로 배치됐다. 일상 행정보다는 상징 행사가 우선했다. 국가는 반복되는 의식을 통해 유지됐다. 페르세폴리스는 그 무대였다.
이 공간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았다. 여러 왕을 거치며 확장됐다. 이는 제국이 고정된 형태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변화는 구조 안에서 관리됐다.
이 장소가 겪은 변화와 그 결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침공은 페르세폴리스를 무너뜨렸다. 화재로 궁전은 파괴됐다. 제국의 상징은 한순간에 폐허가 됐다. 물리적 중심은 사라졌다.
그러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이란 고원에 남은 제국의 흔적은 구전과 기록으로 이어졌다. 이후 등장한 왕조들도 이 기억을 참조했다. 제국의 언어는 계속 사용됐다.
이슬람화 이후에도 페르세폴리스는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 종교적 중심은 이동했지만, 역사적 깊이는 유지됐다. 이란은 단절을 선택하지 않았다. 과거는 위험한 유산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었다.
근대 국가 형성 과정에서 페르세폴리스는 다시 부각됐다. 민족 국가의 근거로 제국의 기억이 재해석됐다. 이란은 자신을 단순한 종교 국가로 규정하지 않았다. 다층적 정체성이 공식화됐다.
오늘, 이 장소가 갖는 의미
오늘날 페르세폴리스는 관광지이자 역사 유적이다. 그러나 이란 내부에서의 의미는 더 복합적이다. 국가는 이곳을 통해 시간의 길이를 증명한다. 단절보다 연속이 강조된다.
정치적 논쟁에서도 이 장소는 배경으로 남는다. 체제는 바뀌어도 국가는 지속된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이란은 자신을 일시적 권력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장기적 문명으로 설명한다.
국제사회에서 이란이 고립될수록, 이 유적의 상징성은 강화된다. 현재의 갈등은 과거의 깊이로 상쇄된다. 국가는 외부 시선에 대응하는 내부 기준을 갖는다. 페르세폴리스는 그 기준 중 하나다.
이 공간은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언제 시작되는가. 체제의 변화가 국가의 끝을 의미하는가. 이란은 이 질문에 공간으로 답한다.
이 공간이 남긴 국가의 얼굴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국가의 얼굴이다. 단일한 이념보다 시간의 축적을 선택한 얼굴이다. 국가는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현재로 끌어왔다. 이 방식이 이란을 규정한다.
이 공간을 이해하면 이란이 보인다. 급진과 보수, 종교와 세속이 공존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제국의 기억은 여전히 작동한다. 이란은 과거를 품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국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