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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랑카위, 바다 위에 쌓인 99개의 이야기

안다만해의 해변과 정글, 신화가 겹친 섬
유네스코 지오파크로 완성된 케다의 보석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말레이시아 북서쪽, 안다만해로 이어지는 말라카 해협 위에 99개의 섬이 흩어져 있다. 이 섬 군도의 중심이자 여행자의 목적지로 가장 먼저 이름이 오르는 곳이 랑카위다. 쿠알라페를리스와 쿠알라케다에서 각각 36km, 56km 떨어진 이 섬은 ‘케다의 보석’이라는 별칭처럼 자연과 신화, 휴양과 체험이 겹겹이 쌓인 공간이다. 랑카위는 단순히 풍경이 아름다운 휴양지가 아니라, 섬 전체가 하나의 서사 구조를 이루는 여행지로 평가받는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바다와 숲을 보는 동시에, 오래된 이야기와 현재의 관광 산업이 공존하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랑카위의 첫인상은 바다에서 시작된다. 체낭 비치는 섬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해변으로, 하얀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지며 랑카위 관광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낮에는 제트스키와 패러세일링, 바나나보트 같은 해양 스포츠가 이어지고, 해변에는 각종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해가 지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라이브 음악과 파이어 쇼가 펼쳐지고, 해변 레스토랑과 바는 밤의 체낭을 또 다른 여행지로 만든다. 보다 한적한 휴식을 원한다면 탄중 루 비치나 다타이 베이, 부라우 베이가 대안이 된다. 특히 탄중 루는 썰물 때 바다 위로 드러나는 모래 길을 따라 인근 섬까지 걸어갈 수 있어, 자연 지형이 만들어낸 특별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섬이 특별한 이유는 해변 풍경에만 머물지 않는다. 랑카위는 동남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글로벌 지오파크로 지정된 지역이다. 약 5억5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질사를 품고 있으며, 카르스트 지형과 석회암 절벽, 해식 동굴과 맹그로브 숲이 한 섬 안에 공존한다. 킬림 카르스트 지오포레스트 파크는 랑카위 지오파크의 핵심 공간으로,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수로를 따라 이동하며 석회암 절벽과 기암괴석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독수리가 하늘을 가르고, 물가에서는 이구아나와 원숭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관광이라는 말보다 ‘자연을 통과하는 경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랑카위의 자연은 전설과 맞닿아 있다. 다얀 부팅 섬에 위치한 ‘임신한 처녀의 호수’는 섬에서 가장 큰 담수호로, 슬픔과 축복이 공존하는 신화를 간직한 장소다. 아이를 잃은 요정 공주의 이야기는 지금도 여행자들에게 전해지며, 호수에 도착하는 짧은 숲길조차 하나의 이야기 장치처럼 작동한다. 랑카위에서는 이처럼 자연 경관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섬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서사로 기능한다.

 

하늘 위에서 섬을 내려다보는 경험 역시 랑카위 관광의 중요한 축이다. 마친창 산으로 오르는 랑카위 케이블카는 급경사 구간과 긴 무주 지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이동하는 동안 발아래로 펼쳐지는 숲과 바다, 멀리 보이는 섬 군도는 랑카위의 지형적 특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정상부에 설치된 스카이 브리지는 곡선 형태의 현수교로,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인근의 이글스 네스트 스카이워크는 유리 바닥 전망대로, 자연 감상에 ‘체험’ 요소를 더하며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섬의 행정 중심지인 쿠아 타운은 랑카위의 일상과 관광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쿠아 제티 인근의 이글 스퀘어에는 붉은 갈색 독수리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데, 이는 ‘헬랑(독수리)’과 ‘카위(붉은 갈색)’에서 유래한 랑카위라는 지명을 상징한다. 바다를 향해 날아오르는 듯한 이 조형물은 섬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면세 쇼핑몰과 재래시장, 호텔과 식당이 공존하는 쿠아 타운은 랑카위가 휴양과 소비, 생활이 겹쳐진 여행지임을 보여준다.

 

랑카위의 또 다른 축은 역사와 신화다. 코타 마수리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된 여인 마수리의 전설을 전하는 장소로, 한때 섬이 황폐해질 것이라는 저주가 내려졌다는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번영한 랑카위와 대비되는 이 서사는 섬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단순한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지역이 스스로를 설명해온 방식과 마주하게 된다.

 

체험형 콘텐츠도 랑카위 관광의 중요한 요소다. 야간 숲길을 따라 신화와 전설을 빛과 설치미술로 풀어낸 드림 포레스트 랑카위는 자연과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파라다이스 101은 수상 스포츠와 프라이빗 아일랜드 휴식을 결합해, 짧은 일정에도 ‘섬 안의 섬’ 경험을 제공한다. 아일랜드 크루즈와 선셋 크루즈는 바다 위에서 랑카위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농업 기술 공원이나 논 문화 박물관은 관광지 이면의 지역 산업과 생활상을 보여주며 여행의 결을 넓힌다.

 

랑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양’과 ‘모든 것을 경험하는 여행’이 동시에 가능한 섬이다. 해변과 숲, 신화와 지질, 리조트와 로컬 마을이 한 여행지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휴양지로 랑카위가 꾸준히 언급되는 이유는, 이 섬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과 이야기를 품은 풍경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랑카위를 선택하는 것은, 한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섬 전체를 읽어 내려가는 경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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