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해외에서 국민이 집단폭행을 당했다. 앞니가 부러지고 신경이 손상됐다. 피투성이가 된 채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정작 그 순간, 가장 믿어야 할 국가가 없었다. 이번 삿포로 사건은 범죄보다 더 참담한 질문을 남겼다.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본 삿포로를 여행하던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인 5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금품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였다. 피해자는 일본어를 하지 못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통역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주삿포로 총영사관의 답은 냉담했다. 사건 개입은 어렵고, 통역 제공도 의무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대신 콜센터 번호를 안내했다는 게 전부였다.
콜센터 번호.
국민이 피를 흘리며 맞고 있는데 국가가 건넨 것이 고작 그것이었다.
재외국민 보호는 외교부의 핵심 임무다. 위험에 처한 국민을 돕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존재 이유다. 그런데 통역 한 명조차 보내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대체 왜 존재하는가. ‘의무가 아니다’라는 말은 행정적 해명이 아니라 책임 회피 선언에 가깝다.
외교부는 “지인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해명했지만, 보도에 따르면 그 지인은 일본어가 서툴렀고 이미 귀국한 상태였다.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내놓은 변명이다. 무능하거나, 무책임하거나, 둘 중 하나다.
국민은 세금을 내고 국가를 유지한다. 그 대가로 최소한의 안전을 기대한다. 해외에서 폭행당했을 때 통역과 안내, 법적 조력을 받는 것. 그 정도는 상식의 영역이다. 그런데 그 상식이 무너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대응 미흡이 아니다.
국가 기능의 실패다.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하는 정부라면, ‘재외국민 보호’라는 말은 간판에 불과하다. 말뿐인 보호, 서류 속의 안전, 책임 없는 외교. 국민이 체감한 것은 국가의 부재였다.
폭행은 가해자가 저질렀다.
그러나 방치는 국가가 했다.
외교부는 변명이 아니라 답을 내놓아야 한다. 통역 인력, 즉각 대응 매뉴얼, 실질 지원 체계. 이것이 마련되지 않는 한, 다음 피해자는 또다시 혼자 피를 닦아야 할 것이다.
그때도 국가는 콜센터 번호만 건넬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