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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도시, 베네치아의 시간

운하와 광장 사이에서 읽는 역사와 현재
산마르코에서 곤돌라까지, 전통과 일상이 흐르는 풍경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베네치아는 지중해와 아드리아 해가 만나는 석호에 세워진 ‘물의 도시’다. 100개가 넘는 섬과 수많은 운하, 다리가 서로 얽히며 만들어진 도시 구조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오랜 역사와 삶의 방식이 겹쳐 있는 장소다. 곤돌라 노를 저으며 미로처럼 이어진 수로를 지나면, 그 길 위에 수백 년 된 궁전, 성당, 광장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이 모든 풍경은 한 시대의 유산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베네치아 사람들의 일상이다.

 

 

산마르코 광장, 도시의 심장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공간은 피아차 산마르코다. 이 광장은 수세기 동안 상업과 종교, 정치가 교차한 장소였다. 중심부에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 우뚝 서 있다. 금빛 모자이크로 장식된 내부와 성물들은 방문객을 압도하며, 비잔틴 예술과 베네치아 역사의 교차점을 보여준다. 이 성당은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한 도시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광장 한켠의 종탑과 주변 건물들은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산 마르코 종탑에 오르면 도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좁은 운하와 붉은 지붕, 그리고 석호의 물결이 겹쳐진 풍경은 베네치아가 왜 ‘수상(水上)의 로마’라 불리는지 이해하게 한다. 전체 도시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장면은 단순한 관광 사진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의 교차점이다. 

 

궁전과 법정, 권력의 서사

 

베네치아 공화국의 중심이었던 두칼레 궁전은 도시의 정치와 법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장소다. 외관은 섬세한 고딕 양식으로 장식돼 있지만, 내부의 방과 회의실, 법정의 구조는 과거 권력 운영의 논리를 담고 있다. ‘탄식의 다리’로 연결되는 감옥까지 포함된 공간 배치는 법과 처벌이 곧 도시 운영의 한 축이었음을 드러낸다.

 

베네치아의 중심지는 결코 단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궁전과 성당, 상업 공간이 물리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도시가 어떻게 다중적 정체성을 유지했는지를 보여 준다. 한 공간에서 신앙과 정치, 일상이 교차한다는 점은 베네치아만의 독특한 도시적 경험이다.

 

운하를 따라 흐르는 생활

 

베네치아를 떠올릴 때 흔히 ‘곤돌라’가 먼저 연상된다. 곤돌라와 같은 전통적 수상 교통수단은 곤돌라만의 로맨틱한 이미지뿐 아니라 실제 도시 기능을 반영한다. 좁은 골목과 도로가 존재할 수 없는 이 도시에서 물은 거리이며, 시장이며, 일상의 통로다. 

 

대운하(Grand Canal) 주변의 팔라초(궁전)들은 물과 도시 생활이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보여준다. 상류층과 부유한 상인들이 수로를 면한 장소에 건축한 건물들은 물의 흐름을 도시의 삶으로 끌어들였다. 그 구조는 당시 경제적 역동성과 사회적 위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운하 위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방식 자체가 베네치아의 역사와 생활사를 말해 준다. 

 

 

장인과 작은 가게들, 지역의 숨결

 

베네치아는 단지 큰 명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심 곳곳의 골목에는 오래된 장인 가게, 식료품점, 전통 술집과 같이 작은 공간들이 자리한다. 수공예 마스크를 제작하는 공방과 전통 와인을 제공하는 소규모 바는 도시의 문화적 연속성을 이어간다. 이들 장소는 ‘관광 명소’라기보다 베네치아의 사회적 맥락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이런 공간들은 관광객에게 현지의 삶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과거 세대가 남긴 기술과 미감이 어떻게 오늘까지 유지되는지 보여 준다. 역사적 건축물과 고급 레스토랑 사이에서 이런 골목의 존재는 도시의 다양한 층위를 드러낸다.

 

베네치아의 현재와 미래

 

오늘날 베네치아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동시에 과잉 관광과 보존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부 시기에는 도시 진입 시 관광세를 부과하며 방문객 수를 조절하는 정책이 시행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이 도시가 어떻게 과거의 유산을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베네치아는 순간의 사진 한 장이 아니라, 흐르는 물처럼 시대의 흐름을 담는다. 광장과 운하, 궁전과 골목이 서로를 비추는 이 도시에서는 걷는 것 자체가 과거와 현재의 교차를 체험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베네치아를 찾는 일은 ‘도시를 방문한다’는 의미를 넘어,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형태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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