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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불가사의 기획④] 왜 제국은 군중을 모았는가 – 콜로세움

오락은 어떻게 통치의 기술이 되었나
피와 환호로 완성된 권력의 극장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기원후 80년, 로마 시민 수만 명이 한꺼번에 환호했다. 원형의 거대한 경기장 중앙에서 검이 부딪히고, 모래 위로 피가 번졌다. 관중석은 들끓었고, 황제는 그 함성의 중심에 앉아 있었다. 그곳이 바로 콜로세움이다.

 

이 건축물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국이 군중을 조직하는 방식이자, 권력을 시각화하는 장치였다.

 

콜로세움은 플라비우스 왕조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착공하고, 그의 아들 티투스가 완공했다. 유대 전쟁에서 거둔 전리품이 공사 재원으로 쓰였다. 다시 말해, 식민지의 자원이 제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오락’이라는 이름으로 재배치된 것이다. 외부의 승리가 내부의 축제로 전환되는 순간, 제국은 폭력을 정당화한다.

 

 

수용 인원은 약 5만 명. 오늘날의 대형 경기장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조다. 좌석 배치는 계급에 따라 철저히 구분됐다. 황제와 원로원 의원, 기사 계급, 시민, 여성과 노예까지 층층이 나뉘어 앉았다. 건축은 곧 질서였다. 관중은 단지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체험했다.

 

검투 경기와 맹수 사냥, 심지어는 모의 해전까지 열렸다. 모래는 피를 흡수했고, 군중은 열광했다. 흔히 “빵과 서커스”라 불리는 통치 전략은 여기서 완성됐다. 무료 곡물 배급과 화려한 오락은 시민의 불만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였다. 황제는 군중의 감정을 관리했다. 분노를 환호로, 결핍을 흥분으로 전환했다.

 

콜로세움은 권력이 감정을 설계하는 공간이었다. 군중은 자발적으로 모였지만, 그 감정의 방향은 치밀하게 조율됐다. 누가 싸울지, 누가 살지, 언제 함성이 터질지. 황제는 엄지손가락 하나로 생사를 결정했다는 상징을 남겼다. 실제 제스처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결정권의 연출’이었다. 권력은 눈에 보여야 믿음을 얻는다.

 

흥미로운 점은 기술이다. 지하에는 복잡한 통로와 승강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맹수와 검투사가 갑자기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장면은 군중의 감각을 압도했다. 이는 단순한 무대 효과가 아니라, 제국의 조직력과 기술력을 과시하는 퍼포먼스였다. 로마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과 인간, 심지어 죽음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그러나 이 극장은 영원하지 않았다. 제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대규모 경기 역시 줄어들었다. 기독교의 확산은 잔혹한 오락에 대한 도덕적 비판을 키웠다. 중세에 이르러 콜로세움은 채석장이 되었고, 다른 건축물의 재료로 뜯겨 나갔다. 권력을 상징하던 공간은 폐허로 전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콜로세움은 다시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군중을 모은다. 검투사의 피 대신 스마트폰 플래시가 번쩍이고, 환호 대신 셔터 소리가 울린다. 그러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거대한 원형 구조 안에서 집단적 경험을 공유한다. 경기장, 콘서트홀, 월드컵 스타디움까지. 군중을 모으는 기술은 형태만 바뀌었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콜로세움은 질문을 남긴다. 권력은 왜 사람을 한곳에 모으는가. 흩어져 있을 때보다, 모였을 때 더 쉽게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집단의 감정은 증폭되고, 그 에너지는 정치적 자산이 된다. 제국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페트라가 보이지 않음으로 힘을 지켰다면, 콜로세움은 과잉의 노출로 힘을 증명했다. 하나는 숨김의 전략, 다른 하나는 과시의 전략이다. 그러나 둘 다 동일한 목적을 향한다. 통제와 지속.

 

돌로 세운 원형 경기장은 지금도 로마 하늘 아래 서 있다. 무너진 아치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바람이 모래를 스친다. 피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군중을 조직하려 했던 제국의 의지는 여전히 읽힌다.

 

왜 제국은 군중을 모았는가.
그 답은 단순하다. 권력은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감정이 제국의 건축이 된 순간으로 향한다. 사랑과 애도가 어떻게 대리석으로 굳어졌는지, 타지마할을 통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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