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관광산업의 성장 속도가 인재 양성 속도를 앞질렀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가 발표한 보고서 The Future of Work in Travel & Tourism 에 따르면, 글로벌 관광업계는 “고숙련 인력은 부족하고, 저숙련 인력은 불안정한” 이중 구조의 인력 위기에 직면해 있다. WTTC는 이를 ‘관광 노동의 불균형’이라 표현한다. AI와 자동화가 단순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지만, 고객 경험을 설계하고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고숙련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보고서는 “2035년까지 숙련직 인력의 40%가 핵심 역량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단순 서비스나 현장직 등 저숙련 일자리는 수요는 늘지만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 WTTC는 특히 관광업에서 고객 응대·현장 지원직의 리더십 부족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교육과 훈련이 현장 중심으로 설계되지 않아, 직무 전문성은 쌓이지만 관리자급 역량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관광산업 내부에서는 ‘일은 많지만 커리어는 막힌’ 인력 단절 현상이 나타난다. 호텔, 항공, 여행사 등에서 오랜 기간 일한 종사자들이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아침 햇살이 동해를 붉게 물들이면 속초의 하루가 시작된다. 갓 잡은 오징어를 손질하는 어부의 손끝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자동차 창밖에서, 바다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 순간, 태평양 건너 시드니의 바다도 함께 반짝이는 듯하다. 두 도시는 바다와 도시가 맞닿은, ‘자유’라는 공통의 언어로 이어져 있다. 속초는 조용하지만 생동감 있다. 해안의 파도는 단조롭지 않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부서진다. 그 변화무쌍한 리듬 속에서 여행자는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마치 시드니의 본다이 해변에서 서퍼들이 파도에 몸을 맡길 때처럼, 속초의 바다는 일상의 경계를 지운다. 바다가 도시를 품다 속초의 중심은 언제나 바다다. 해돋이 명소인 영금정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자연의 웅장함과 함께 새로운 하루의 가능성을 전한다. 바다를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 그 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행렬은 도시가 아닌 ‘바다를 산책하는 길’처럼 느껴진다. 카페 거리에서는 커피 향이 바닷바람과 섞여 도시의 여유를 만든다. 시드니 역시 바다를 품은 도시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만든 도시의 실루엣은 세계적인 상징이지만, 그 주변을 감싸는 바다의 곡선이야말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출근보다 자유를, 안정보다 의미를 택한다. Z세대가 만든 새로운 노동 공식이다. 이 변화의 파도가 관광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Future of Work in Travel & Tourism’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산업에서 고용 형태가 급격히 다변화하고 있다. 풀타임 중심의 전통 구조가 무너지고, ‘하이브리드 워크’, ‘긱워커’, ‘프리랜서’가 주류로 부상하는 중이다. WTTC는 이를 “관광 일자리의 대전환”이라고 표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관광·여행 분야 근로자 중 약 40%가 유연 근무 또는 계약형 일자리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Z세대(1995~2010년생)는 풀타임보다 “내 시간에 맞는 일”과 “취향 중심의 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관광산업은 본래 사람 중심의 산업이다. 그만큼 근무 시간, 고객 응대, 휴일 등에서 유연성이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호텔 프런트도 재택이 가능할까?” 같은 질문이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실제 사례도 속속 등장한다. 일본 도쿄의 한 호텔 체인은 객실 예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포르투갈 포르투. 유럽 여행의 마지막 도시였다. 최민아(33) 씨는 그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날까진 완벽했다. 케이블카, 와이너리 투어, 서점, 타일 골목, 에그타르트 가게. ‘이 도시의 핵심’을 다 채운 일정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 아침,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이미 햇살은 방 안으로 깊게 들어와 있었다. 조식당에서 커피를 천천히 세 잔 마시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누웠다. 지도 앱을 켜봤다가 닫았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창밖을 봤다. 점심은 생략했고, 오후엔 숙소 근처 공원에 나가 벤치에 앉았다. 그게 하루의 전부였다. “이상했어요.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여행 같았어요.” 민아 씨는 말했다.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멍하니 있음’의 기술그날 그녀는 어떤 장소에도 ‘입장’하지 않았다. 대신 풍경이 스스로 다가왔다. 공원을 산책하던 노부부, 유모차를 밀던 아빠, 바닥의 그림자를 밟으며 뛰던 아이. 그들은 관광객이 아닌, 그 도시의 시간이었다. “지금도 포르투를 떠올리면, 뭘 봤는지는 기억 안 나요. 대신 벤치에 앉아있던 감각은 또렷해요. 옆에서 눌러오던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불은 인간의 최초의 조리 도구이자, 유목민의 식탁이었다. 끝없는 초원 위, 저녁 노을이 깔릴 때쯤이면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그 위에서 고기가 천천히 구워진다. 터키의 케밥(Kebab)은 바로 그 불에서 태어난 음식이다. 말을 타고 이동하던 유목민들이 소금 한 줌과 불꽃 하나로 만들어낸 생존의 기술은, 세월을 거쳐 세계적인 미식으로 진화했다. 지금은 거리의 패스트푸드가 되었지만, 케밥 한 조각에는 여전히 유목의 바람이 스며 있고, 고기를 굽는 소리는 천년 전 초원의 리듬을 닮았다. 여행자는 한입의 불맛 속에서 인간이 불을 다스리기 시작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케밥의 뿌리는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식습관에 있다. 이동이 잦고 저장이 어려웠던 그들은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구워 먹었다. 쇠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불 위에 올리는 간단한 조리법, 바로 이것이 케밥의 시작이다. 이후 셀주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을 거치며 케밥은 궁정 요리로 발전했고, 다시 거리의 음식으로 내려왔다. ‘케밥’이란 말 자체가 아랍어 카바바, 즉 ‘굽다’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불 위에서 굽는 모든 고기가 케밥이다. 터키에서 케밥은 단일한 음식이 아니다. 지역과 재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어서 오십시오.” 로봇이 완벽한 발음으로 인사한다. 표정은 없지만, 말투는 다정하다. 그럼에도 어떤 투숙객은 여전히 어색함을 느낀다. 기계의 친절은 정확하지만, 온도는 없다. AI 시대의 호텔에서 ‘환대’란 무엇일까. WTTC(세계여행관광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AI는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호텔 산업의 미래는 인간과 기계 중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두 존재의 조화로운 공존에 달려 있다. 완벽한 서비스가 남긴 공허함로봇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체크인 절차는 30초 만에 끝나고, 객실의 온도와 조명은 투숙객의 취향에 따라 자동 조정된다. 고객은 만족하지만, 감동은 줄어든다. ‘불편함이 없는 경험’이 곧 ‘기억에 남는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호텔의 환대는 계산된 효율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한 잔의 따뜻한 차, 한 마디의 공감이 여행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순간 - 그것이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다. 인간의 감정이 AI를 가르친다흥미롭게도, 기술은 다시 인간을 배우고 있다. 메리어트는 고객 감정 데이터를 분석해 AI가 ‘위로의 표현’을 학습하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인천은 한국 근대의 문이 열린 도시다. 부둣가의 바람 속엔 바다 냄새와 함께 시간의 결이 묻어난다. 낡은 창고는 카페로 변했고, 철길은 예술의 산책로가 됐다. 그 변화의 리듬은 묘하게 지중해의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를 닮아 있다. 두 도시는 바다를 품고, 항구를 중심으로 세계와 만났다. 바르셀로나가 예술과 건축으로 도시의 혼을 지켜냈다면, 인천은 근대의 흔적을 감성으로 되살리고 있다. 골목마다 오래된 시간의 결이 남아 있으면서도 새로운 숨결이 피어오른다. 개항의 기억, 골목에 남은 시간 인천의 개항장은 근대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자유공원 언덕 아래, 19세기 일본식 가옥과 서양식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붉은 벽돌의 제물포구락부, 개항박물관, 청일조계지의 흔적은 도시의 시작을 증언한다. 이곳은 한때 아시아의 여러 문화가 오가던 창구였다. 거리에는 여전히 외국 상인의 흔적이 남아 있고, 오래된 건물들은 이제 감성 카페와 갤러리로 변해 젊은 세대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이 변모는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 고딕지구와 닮아 있다. 그곳에서도 돌담 사이로 예술가의 아틀리에와 작은 바(Bar)가 공존한다. 과거의 건물이 현재의 삶을 품는 방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베트남은 오랫동안 한국인에게 ‘가깝고 저렴한 여행지’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한 달 살기’ 목적의 장기 체류지로서 입지가 확고해지고 있다. 하노이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과 교민 사회가 확대되면서, 생활 인프라와 안전, 의료 접근성 등 체류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Numbeo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호치민의 생활비는 서울의 약 45% 수준, 하노이는 약 40% 수준으로 집계된다. 중급 레스토랑의 한 끼 식사 비용은 4~6달러, 1인 기준 월세 포함 체류비는 약 800달러 내외로 추산된다. 특히 현지 물가 대비 높은 서비스 품질 덕분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가성비 체류지’로 손꼽힌다. 안전성 역시 안정적이다. 베트남의 범죄율은 동남아 평균보다 낮고, 외국인 대상 강력범죄는 드물다. Numbeo의 치안 지수에서 하노이와 호치민은 각각 60점대 중반을 기록해 ‘보통 이상’으로 평가된다. 물론 야간 오토바이 절도나 택시 요금 과다 청구 등 경미한 사례는 존재하지만, 여행자나 체류자가 기본적인 주의만 기울이면 충분히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다. 의료 시스템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하노이·호치민에는 한국인 의사가 근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그 땅의 기후와 생명이 남긴 언어다. 얼음과 바람이 만든 도시가 있는가 하면, 햇살과 흙, 초원의 리듬으로 자란 도시도 있다. 헬싱키와 나이로비, 이 두 곳은 지구의 양끝에서 서로 다른 온도를 품고 있지만, 모두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인간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여행자는 북극의 바람이 부는 항구에서부터 적도의 초원까지 이어지는 이름의 궤적 속에서, 인간이 환경과 어떻게 공존하며 도시를 만들어왔는지를 읽게 된다. 오늘은 그 극단의 기후 속에서 피어난 두 도시의 이름을 따라가 본다. ◇ 헬싱키, 얼음 위에 세운 질서의 도시핀란드의 수도 헬싱키(Helsinki)는 한때 ‘한세(Helsing)’라 불리던 스웨덴 이주민들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헬싱의 사람들’이라는 뜻의 도시명은 16세기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바사가 무역 거점으로 세운 데서 시작된다. 발트해의 차가운 물결 속에서 태어난 이 도시는 북유럽의 질서와 실용이 응축된 공간으로 성장했다. 19세기 러시아 제국의 지배 아래 놓이면서도 헬싱키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켰다. 제정 러시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모델로 세운 신도시는 고전주의 건축과 북유럽의 절제된 미학을 결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2035년의 호텔 로비에서는 이제 '직원'을 찾기 어렵다. 체크인은 셀프로, 룸서비스는 드론이, 고객 응대는 인공지능이 맡는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호텔에 ‘사람의 손길’을 기대한다. 호텔리어는 사라진 걸까, 아니면 다른 형태로 진화한 걸까. WTTC(세계여행관광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화는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다, 형태를 바꾼다”고 밝혔다. AI는 단순 업무를 대신하지만, 인간은 더 복합적이고 감정적인 일을 담당하게 된다. 호텔리어의 본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로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 이후, 인간의 자리AI가 도입된 호텔에서는 이미 업무의 60% 이상이 자동화됐다. 예약, 결제, 객실 관리, 고객 피드백 분석까지 시스템이 처리한다. 그렇다면 남은 40%는 무엇일까? 그 자리는 ‘감정의 설계’다. 고객의 분위기와 취향을 파악하고, AI가 추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경험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과거의 호텔리어가 손님을 맞이했다면, 미래의 호텔리어는 손님의 ‘기분’을 관리한다. WTTC는 이를 “감성 지능 기반 역할(Emotion-Driven Role)”이라 부른다. 호텔리어는 기술의 사용자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