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전자여행허가제(K-ETA)는 ‘간편한 입국’을 내세워 출범했다. 비자 없이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사전 정보를 받아 입국 심사를 효율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전면 적용 이후, 한국 관광시장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관광객은 줄었고, 관광수입 역시 감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통계를 종합하면, K-ETA가 본격 적용된 이후 일부 비자면제국의 방한객 수는 코로나 회복 국면임에도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정체 또는 감소 흐름이 이어졌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코로나 이후 가장 먼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던 단거리 시장이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광객 감소는 곧바로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국내 연구기관이 K-ETA 도입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방한관광객 감소로 인해 연간 관광수입 약 1900억 원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산업 특성상 숙박, 음식, 교통, 쇼핑으로 파급되는 연쇄 효과를 감안하면 생산 및 고용 감소 역시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정책의 핵심 명분이었던 ‘불법체류 차단 효과’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K-ETA 도입 이후에도 전체 불법체류자 규모에는 뚜렷한 감소 추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관광객 유입은 줄었지만, 제도가 직접 겨냥했던 불법체류 문제는 구조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관광업계에서는 “관광만 줄이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 체감은 더 냉정하다.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K-ETA 불허 사례가 반복되면서 단체관광 상품 자체를 줄이거나 아예 한국을 제외한 일정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관광업계 조사에서는 수천 명 규모의 단체관광이 K-ETA 불허를 이유로 취소되거나 목적지를 일본·대만 등 인근 국가로 변경한 사례가 확인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불허 사유를 알 수 없고, 이의제기 절차도 사실상 없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정책 설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K-ETA는 고위험국과 저위험국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 적용되는 구조다. 연구진과 관광 전문가들은 “불법체류 가능성이 낮은 국가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관광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주요 관광 경쟁국들은 위험도에 따라 전자허가를 차등 적용하거나, 관광객 편의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K-ETA는 출입국 관리 정책이자 동시에 관광 정책이다. 어느 한쪽만의 관점으로 설계될 경우, 다른 한쪽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제도 도입 이후 나타난 관광객 감소는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라, 한국 관광의 경쟁력과 국가 이미지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다음 편에서는 K-ETA 전면 적용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동남아, 특히 태국 관광시장을 중심으로 ‘관광객 이탈의 경로’를 짚어본다. 왜 이들은 한국 대신 다른 목적지를 선택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