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2026년 글로벌 관광 시장이 중동 전쟁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이라는 기술 혁명이 교차하는 ‘거대한 변곡점’에 들어섰다. 전통적인 관광 강국인 유럽이 안보 위기로 주춤하는 사이, 한국은 강력한 팬덤 문화와 선제적인 AI 실무 도입을 통해 세계 관광 지도의 중심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 중동발 안보 위기, 글로벌 노선의 ‘아시아 이동’ 가속화
최근 이란 전쟁 등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는 전 세계 항공 및 크루즈 노선의 지형도를 뒤바꾸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3월 독일·오스트리아 관광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루프트한자와 오스트리아 항공 등 유럽 메이저 항공사들은 중동행 노선을 대거 취소하는 대신 그 여유 자원을 아시아 노선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 역시 두바이 운항 중단을 연장하며 유럽행 수요가 20%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으나, 오히려 ‘그레이터 센토사 마스터 플랜’ 착공을 통해 글로벌 레저 허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필리핀 정부 또한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료 인상 압박에 대응해 공항 서비스 요금을 인하하는 등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 ‘BTS 이펙트’와 몽골의 약진… 폭발하는 K-방한 수요
이러한 대외적 변수 속에서도 한국을 향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일정 발표 직후 고양·부산 등 콘서트 개최지에 대한 숙소 검색량이 평소보다 7배 이상 폭증했다.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은 비자 처리 기간을 20영업일로 확대하며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 중이다.
북방 관광의 거점인 몽골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1~2월 몽골을 찾은 외래객은 전년 대비 29% 급증하며 겨울 관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관광 산업이 몽골 GDP의 7.8%를 차지할 만큼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인접국인 한국과의 연계 관광 및 교류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 “단순 업무는 AI에게, 감동은 사람에게”… ‘하이터치’ 전략의 실체
문제는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할 전문 인력과 시스템의 부재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2026 여행업계 종사자 AI 역량 강화 로드맵’을 확정하고 업계의 디지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단순히 도구를 익히는 수준을 넘어, 직무별로 특화된 AI 활용법을 제시한 것이 핵심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르면, 여행사 OP는 ChatGPT를 활용해 복잡한 다국가 일정을 1분 만에 설계하고 엑셀 업무를 자동화하며, 호텔리어는 AI 기반 CRM 마케팅으로 고객의 숨은 니즈를 분석한다. 가이드 및 해설사는 ‘모바일 AI 비서’를 통해 실시간 다국어 통역과 심층 해설을 지원하며 언어 장벽을 허문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예약과 상담을 주도하는 ‘에이전트 커머스’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고한다. 이제 관광 종사자의 역할은 단순 예약 대행에서 벗어나, 기술(High-Tech)이 줄 수 없는 인간만의 섬세한 공감과 전문 큐레이션 서비스인 '하이터치(High-Touch)’에 집중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 기술의 시대, 다시 ‘사람’이 목적지가 되는 관광
2026년 대한민국 관광은 ‘K-컬처’라는 강력한 엔진과 ‘AI’라는 정밀한 조타수를 동시에 확보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서늘한 진실은 기술이 화려해질수록 여행자가 마지막에 갈구하는 것은 결국 ‘가장 인간적인 환대’라는 점이다. AI가 짠 완벽한 일정표는 편리함을 줄 뿐,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이제 관광산업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을 파는 산업에서 ‘경험의 설계’를 파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AI를 통해 확보한 시간과 여력을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에 쏟아붓는 것, 그것이 바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뚫고 한국을 세계 관광 지도의 대체 불가능한 중심지로 만드는 유일한 해법이다.
결국 미래의 관광객은 AI가 추천한 맛집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의 따뜻한 미소와 전문적인 배려 때문에 다시 한국을 찾게 될 것이다. 기술은 수단일 뿐, 2026년 이후 대한민국 관광의 진정한 경쟁력은 ‘AI로 무장하고 사람으로 완성하는 스마트 휴먼 서비스’에 있다. 위기는 기술로 넘고, 기회는 사람으로 잡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