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김남기 기자] 라틴 아메리카의 미식 지도가 한층 더 넓어졌다. Latin America's 50 Best Restaurants가 18일 런던에서 처음으로 51위부터 100위까지의 확장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다음달 2일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열리는 본 시상식에 앞서 진행됐으며, S.Pellegrino와 Acqua Panna가 후원한다. 확장 명단은 업계 전문가 300명의 투표로 결정됐으며, 총 26개 도시의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다. 가장 높은 순위는 멕시코시티의 Pujol이 차지해 51위에 올랐고, 살바도르의 Origem이 52위로 뒤를 이었다. 리마의 Shizen은 62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순위권에 진입했다. 도시별로는 상파울루가 6곳의 레스토랑을 올리며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멕시코시티·파나마시티·산티아고가 각각 4곳을 배출했다. 새롭게 합류한 레스토랑으로는 파나마시티의 Umi(72위)와 Caleta(91위), 리우데자네이루의 Oseille(65위), 멕시코시티의 Em(71위), 카라카스의 La Casa Bistró(89위), 보고타의 Selma(96위), 산티아고의 Fukasawa(100위) 등이 있다. 코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스코틀랜드의 고원지대, 안개와 비가 뒤섞인 풍경 속에서 태어난 음식이 있다. 이름은 ‘해기스(Haggis)’. 양의 내장에 귀리, 양파, 향신료를 넣어 푹 끓여 만든 요리로, 처음 듣는 사람은 종종 “정말 먹는 음식 맞아?”라고 묻는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이 해기스가 스코틀랜드 정체성의 상징이자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이다. 매년 로버트 번스의 시를 낭독하며 해기스를 먹는 ‘번스 나이트’가 열리고, 식당마다 해기스를 테마로 한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다. 가난한 시절에 버려지던 재료로 만든 음식이 세월을 지나 스코틀랜드의 얼굴로 자리 잡은 셈이다. 시각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조리법도 단순하지만, 첫 숟가락을 뜨면 놀랍도록 풍미가 깊고, 고원의 거친 기운이 입안에 은은하게 흐른다. 해기스는 한 나라의 역사와 생존의 지혜가 어떻게 ‘맛’으로 응축되는지를 보여주는 요리다. 해기스의 기원은 스코틀랜드보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유럽 전역에서 동물의 내장을 이용한 요리는 흔했다. 유목민들은 사냥한 가축의 내장을 바로 활용해 영양을 보충했고, 북유럽에서도 내장 소시지가 일상 음식이었다. 하지만 해기스가 현재의 형태로 정착된 것은 스코틀랜드
[뉴스트래블=정연비 기자] 가을에는 전북의 조용한 소도시 완주로의 여행이 딱이다. 소박하지만 한적해 조용히 나만의 가을을 즐기기 좋다. 거기에 먹거리까지 넘쳐 여행이 더욱 풍성해진다. 완주는 도시의 속도와 달리 시간이 천천히 흘러,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여행자가 자연스레 숨을 고르게 되는 곳이다. 농촌의 들판 풍경과 가까운 생활권이 만나는 이 작은 도시는, 화려한 볼거리가 많지 않아도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방문객을 붙잡는다. 완주는 전통과 자연, 그리고 최근 급부상한 로컬 미식의 흐름이 한데 모여 ‘먹고 걷고 쉬는’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다. 가을이면 완주 들녘은 노랗게 물들고, 마을을 따라 난 길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 좋을 만큼 잔잔하다. 그래서 보통 완주 여행의 정석 코스로는 삼례문화예술촌 관람과 만경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라이딩 코스가 가장 먼저 언급된다. 완주군에서는 삼례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쉬어가삼[례:]’ 등 일부 대여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전기자전거 무료 대여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전기자전거는 초행자나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장비 부담 없이 바로 탑승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는
[뉴스트래블=정연비 기자] 요즘 현대인의 혀는 맵고 짜고 달디단 맛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 강한 맛이 반복되면서 미각은 지쳐가고 몸은 피로를 호소한다. 이제는 혀끝의 쾌락이 아니라 몸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회복을 불러오는 맛이 필요하다. 그 해답은 완주 봉동에서 찾았다. 천년을 견뎌온 봉동 생강이 그 출발점이다. 봉동 생강은 일반 생강보다 진저롤(Gingerol) 함량이 높아 매운 향이 선명하다. 이 알싸한 성분은 체내 대사를 자극하며 무뎌진 미각을 다시 깨운다. 떡볶이나 마라, 단 음료에 길들여진 감각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자연스러운 작용이다. 특히 생강 특유의 열감은 순환을 돕고 몸의 리듬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 최근 ‘미각 리셋’을 원하는 여행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완주로 향한 이유도 바로 이 미각 회복의 여정 때문이다 미각을 되찾는 길, 완주 생강 로드 천년의 생강 역사는 완주에서 시작됐다. 봉동읍은 한국 생강의 시배지로 기록돼 있으며, 가을이면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생강줄기가 고개를 내민 밭을 따라 걷다 보면 흙의 온기와 농부의 시간이 한 장의 농경화처럼 펼쳐진다. 굵고 단단한 뿌리가 땅속에서 천천히 시간을 품어온 풍경은 그 자체로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모로코의 오래된 시장, 수크의 한가운데를 걷다 보면 익숙한 바비큐 냄새와는 결이 다른, 깊고 뜨거운 향이 코끝을 파고든다. 연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다름 아닌 ‘양 머리’. 불길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며 구워지는 이 머리는 마그레브 지역에서 오랫동안 축제의 상징이자 환대의 음식이었다. 라마단과 제례, 가족 모임 등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이 요리는, 고기 한 점의 맛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관습을 담고 있다. 여행자는 처음엔 놀라지만, 한입 들어가면 의외의 섬세함과 달콤한 지방의 감칠맛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생김새가 주는 부담을 건너뛰면, 이 요리는 사막의 지혜와 시간을 품은 ‘생존의 조리법’이자 ‘축제의 미식’이다. 양 머리 구이는 모로코가 가진 강렬함을 한 입의 이야기로 풀어주는 음식이다. 모로코에서 양 머리 구이, 즉 ‘부지르(Bouzhir)’ 또는 지역에 따라 ‘메쉬위(Mechoui)’로 부르는 이 요리는 단순한 구이를 넘어 한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북아프리카 유목민들은 도축이 흔치 않았던 시절, 한 마리를 잡으면 버릴 곳 없이 모든 부위를 조리해 먹었다. 머리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부위였지만, 지방과 젤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어둠이 내린 마닐라의 거리, 노란 가로등 아래에서 삶은 오리알 한 알이 손바닥에 올려진다. 필리핀의 밤을 상징하는 음식, 발룻이다. 껍질을 살짝 깨면 따뜻한 김이 오르고, 그 안엔 부리를 틔우기 직전의 오리 새끼가 누워 있다. 낯선 여행자는 두려움과 호기심 사이에서 침을 삼킨다. 반면 현지인들은 망설임 없이 소금을 톡 뿌리고 한입에 넣는다. 그들에게 발룻은 도전이 아니라 일상, 공포가 아니라 추억이다. 사람마다 익숙함의 기준이 다르듯, 음식에도 국경이 없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는 순간, 여행은 비로소 시작된다. 발룻은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아 먹는 필리핀의 전통 간식이다. 수정 후 약 17~21일 된 알을 삶아 껍질째 내놓는다. 껍질을 살짝 깨면 육수처럼 진한 국물이 흐르고, 노른자와 희미한 깃털이 섞인 오리 새끼가 드러난다. 식감은 부드럽지만 진한 풍미가 있고, 고소하면서도 철분이 가득한 맛이 혀에 남는다. 현지에서는 먼저 국물을 마시고, 노른자와 새끼를 함께 먹는 것이 ‘정석’이다. 생김새를 보는 순간 고개를 돌리는 외국인도 많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그게 바로 삶의 맛”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발룻의 유래는 중국의 ‘마오단(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한국 전남의 바닷가, 작은 포구에는 하루가 밝기 전부터 홍어 특유의 향이 스며든다. 발효가 깊어질수록 코끝을 찌르는 톡 쏘는 냄새, 하지만 한입 베어 물면 구수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냄새 때문에 기피되기도 하지만, 그 강렬함 속에는 한국 발효 문화의 정점과 지역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홍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남도의 바다와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발효의 예술’이다. 홍어는 상어과 어류로, 특히 ‘홍어 삼중지느러미상어’가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살아 있을 때는 평범한 흰살 생선이지만,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키면 그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발효 과정에서는 상어 살을 소금에 절이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특유의 코를 찌르는 냄새가 생기는데, 이를 ‘톡 쏘는 냄새’라고 부른다. 초보자라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오래 익은 홍어를 입에 넣으면 쫄깃한 살과 고소한 맛이 입안에서 폭발한다. 역사적으로 홍어는 남도 지역에서 중요한 발효 음식이었다. 조선시대 문헌에도 이미 ‘홍어 발효 후 보관해 먹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전남, 특히 목포와 여수의 어민들은 겨울철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하노이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들려오는 철판의 ‘탁탁’ 소리. 버터가 녹아내리는 향이 좁은 골목을 채운다. 반쯤 열린 포장마차 안, 바게트가 노릇하게 구워지며 빵 껍질이 살짝 갈라진다. 노점상 주인은 손끝으로 고수를 찢고, 단무지를 건져 올린다. 몇 초 사이에 만들어진 반미 하나가 종이봉투에 싸여 손님에게 건네진다. 그 짧은 순간, 베트남의 역사와 일상이 한입 크기로 포장된다. 반미는 단순한 샌드위치가 아니라, 한 나라의 근현대사를 압축한 ‘먹는 기억’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바게트는 지배의 상징이었다. 밀가루는 귀했고, 쌀이 주식인 베트남인에게 빵은 낯선 서양의 음식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쌀가루를 섞어 더 가볍고 바삭하게 굽고, 비싼 햄 대신 저렴한 돼지고기, 닭고기, 간 레버페이스트를 넣었다. 절인 무와 당근, 신선한 고수, 매운 칠리소스를 곁들이며 입맛에 맞게 변주했다. 그렇게 프랑스의 빵은 베트남의 거리에서 다시 태어났다. 오늘날 하노이와 호치민의 아침은 반미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포장마차마다 빵 굽는 냄새가 가득하고, 도시의 스쿠터 행렬은 반미를 한 손에 든 채 흐른다. 석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미식 동선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전주 한옥마을, 남산타워, 인사동 같은 전통 관광지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성수동, 가회동, 명동의 골목길과 동네 카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들이 찾는 목적지는 ‘명소’가 아니라 ‘일상’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는 이런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5년 기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한 업종은 편의점, 카페, 햄버거, 베이커리 순이었다. 그중에서도 로컬 카페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외국인의 로컬 카페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했고, 특히 대만(58.5%), 일본(30.0%), 중국(32.0%)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성수동이 전체 외국인 카페 결제의 18.8%를 차지하며 단연 1위였다. 명동(11.2%), 서교동·압구정동(각 8.8%), 가회동(6.3%), 한남동(5.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성수동은 한때 공장지대였지만, 카페와 베이커리, 디자인 편집숍이 들어서며 이제는 ‘로컬 감성의 성지’로 불린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도시 문화와 미식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 동네로 자리 잡았다. 이 변화의 핵심은 ‘일상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만다린 오리엔탈 선전의 헤드 바텐더 타이거 창이 오는 11월 26일 서울 청담동 앨리스 청담에서 열리는 ‘원더 브리지(Wonder Bridge)’ 행사에 참여한다. ‘원더 브리지’는 아시아 주요 도시의 바텐더들이 모여 전통과 혁신을 주제로 협업하는 플랫폼으로, 각 지역의 바 문화와 창의적 칵테일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서 타이거 창은 중국의 24절기와 전통 색채에서 영감을 받은 시그니처 칵테일 ‘컬러스 오브 차이나(Colours of China)’를 선보이며, ‘내러티브 인 어 글래스(Narrative in a Glass)’ 세션에 참여해 라운드 테이블 토크와 게스트 바텐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다린 오리엔탈 선전의 ‘MO Bar’는 올해 중국 본토 최초로 ‘아시아 50 베스트 바’에 선정되며 장인정신과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협업은 만다린 오리엔탈이 추구하는 예술적 영감과 환대의 철학을 바 문화로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