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바다는 자연재해로 사라지지 않았다. 강의 방향을 바꾼 결정 하나가, 수천만 명의 생태계를 끊어냈다. 한때 지도 한가운데서 항구와 어업, 기후를 동시에 지탱하던 내해. 아랄해는 증발하지 않았다. 강이 밭으로 흘러가자 바다는 후퇴했고, 수면은 낮아졌으며 염도는 치솟았다. 배는 육지에 멈춰 섰고, 항구는 사막 한복판에 고립됐다. 아랄해는 ‘사라진 바다’로 불린다. 그러나 이곳은 자연의 실패가 아니라 인간 개입의 결과다. 물길을 관리한다는 명분 아래 진행된 선택들이 하나의 바다를 기능 정지 상태로 만들었다. 그래서 아랄해는 금단의 여행지다. 위험해서가 아니라, 보고 나면 같은 선택을 반복할 수 없게 만드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내해였던 시간아랄해는 중앙아시아의 심장이자, 한때 사람들에게 바다로 불렸던 내륙 염수호였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서 수많은 어촌과 항구를 연결하며, 지역 경제와 문화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중 무이나크는 가장 상징적인 항구 도시였다. 수천 척의 어선이 정박했고, 바다에서 잡은 생선은 내륙 깊숙이까지 운송됐다. 하지만 강물이 제대로 흘러들지 못하면서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고, 해안선은 내륙으로 후퇴했다. 오늘날 무이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관광청이 넷플릭스, 글로벌 음반사, 인공지능 기업과 협업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싱가포르 관광청(STB)이 추진 중인 전략적 파트너십은 전통적인 관광 마케팅의 범위를 넘어 콘텐츠 산업과 디지털 기술, 금융과 플랫폼 기업까지 끌어안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지사가 최근 발간한 ‘싱가포르 관광청의 전략적 파트너십 현황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STB는 관광을 단순한 방문 유치 산업이 아닌 콘텐츠와 기술이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정의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과의 협업이다. STB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F1 다큐멘터리 ‘Drive to Survive’ 싱가포르 편을 제작해 야간 도심과 스트리트 서킷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노출했다. 콜드플레이, 워너뮤직 등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뮤직비디오와 공연 콘텐츠에 도시 전경과 문화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광고보다 콘텐츠에 가깝고, 홍보보다 경험에 가까운 관광 전략”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접근은 관광청의 역할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 관
[뉴스트래블=편집국] 사막 한가운데 열린 구멍에서 불이 새어 나온다. 밤이 되면 불길은 더 또렷해지고, 어둠은 오히려 주변으로 밀려난다. 다르바자 가스 분화구. ‘지옥의 문’이라는 별명은 과장이 아니다. 이 불은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이 붙인 불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50년째 정리되지 않았다. 사고는 짧았고, 결과는 길었다1971년, 당시 소련 소속 지질학자들은 카라쿰 사막에서 천연가스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시추 도중 지반이 붕괴되며 대형 함몰이 발생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메탄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인근 거주지로 유독가스가 퍼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즉각적인 결정을 내렸다. 가스를 태워 없애자는 판단이었다. 불을 붙이면 며칠 내 자연 소진될 것이라 예상했다. 기록에 따르면, 이 결정은 장기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내려졌다. 결과는 단순했다. 불은 꺼지지 않았고, 분화구는 영구적 구조물처럼 남았다. 방치된 현장, 관리되지 않은 책임다르바자 분화구의 직경은 약 60~70미터, 깊이는 20미터 이상으로 추정된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분화구 내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가스가 분출되고 연소가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
[뉴스트래블=편집국] 관광은 해법처럼 등장했지만, 목적지는 아니었다. 인구감소지역에서 관광이 호출된 이유는 분명했다. 사람이 줄어든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관광은 가장 빠르게 손에 잡히는 선택지였다. 그러나 앞선 흐름이 보여주듯, 관광이 지역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이 마지막 질문은 그래서 관광 그 이후를 향한다. 데이터는 이미 하나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의 가명정보 결합 분석을 종합하면,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에 성공한 일부 지역에서도 상주 인구의 감소 추세 자체가 반전된 사례는 드물다. 관광은 감소 속도를 완화할 수는 있어도, 구조를 되돌리지는 못한다. 이는 관광의 실패가 아니라, 관광에 부여된 기대가 과도했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미래를 묻는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관광으로 인구를 늘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관광 이후에도 지역은 기능할 수 있는가’다. 다시 말해, 관광이 남긴 것이 숫자인지, 구조인지, 관계인지를 따져야 한다. 관광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며, 지역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완충 장치에 가깝다.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인구감소지역 정책에서 ‘생활 인구’라는 개념을 강
[뉴스트래블=관리자 기자] 파푸아뉴기니는 세계 지도에서 늘 가장 멀리 있는 나라로 인식된다.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나라가 여행과 인류학의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부 지역에서 행해졌던 ‘의례적 식인’이라는 관습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자극적인 호기심으로 소비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삶과 죽음을 이해해온 방식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중요한 전제는 분명하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식인은 보편적 식문화가 아니었고, 특정 부족 사회에서 제한된 시기와 맥락 안에서만 존재했다. 오늘날 이 관습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현재 진행형의 문화도 아니다. 여행자가 마주하는 것은 ‘현장’이 아니라, 기록과 기억, 그리고 그 관습이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이다. 식인이 아닌 의례, 생존이 아닌 신념의 문제 파푸아뉴기니 고원 지대의 일부 부족 사회에서 행해졌던 의례적 식인은 생존을 위한 섭취와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영혼의 연속성을 확인하기 위한 상징적 행위였다. 특정 인물, 특히 전사나 지도자의 신체 일부를 섭취하는 것은 그가 지닌 힘과 덕목을 공동체
[뉴스트래블=편집국] 관광은 오랫동안 ‘지나는 행위’에 가까웠다. 보고, 찍고, 떠나는 것. 많은 지역이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 숫자가 지역의 일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래서 인구감소지역에서 관광의 다음 질문은 분명해졌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였다. 이 전환은 데이터에서도 감지된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이 가명정보 결합 분석을 통해 살펴본 일부 지역에서는, 방문객 수보다 체류 시간이 지역 변화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이동 데이터를 보면, 하루 이상 머무는 방문이 늘어난 지역일수록 숙박·음식·생활 소비가 지역 내부에서 순환되는 비율이 높았다. 관광이 ‘지나가는 소비’에서 ‘생활에 닿는 소비’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이 차이는 동선에서 시작된다. 통과형 관광은 대부분 특정 명소에 집중된다. 주차장과 전망대, 사진 촬영 지점만 소비되고 마을은 비켜 간다. 반면 체류형 관광은 동선이 넓다. 숙소에서 식당으로, 시장으로, 골목으로 이어진다. 관광객의 움직임이 지역 주민의 일상과 겹치는 순간, 관광은 비로소 지역 안으로 들어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역관광
[뉴스트래블=편집국] 사람이 떠난 자리는 바로 비지 않는다. 집은 남고, 길은 그대로다. 학교 운동장에는 잡초가 자라지만, 건물은 아직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구감소지역의 풍경은 종종 착시를 만든다. 겉으로는 유지되고 있지만, 안에서는 기능이 멈춘 상태다. 숫자가 보여주는 인구 감소는 이 ‘정지된 풍경’을 해석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인구감소지역의 변화는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구조적 이동에 가깝다. 청년층은 빠져나가고, 고령 인구의 비중은 빠르게 높아진다. 출생률 하락과 전출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역의 인구 피라미드는 아래가 비고 위가 넓어지는 형태로 고착된다. 이 구조는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렵다.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할 때 단순 인구 수가 아니라 재정력, 생활 인프라, 고령화 비율 등을 함께 고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구 감소는 결과이고, 문제의 본질은 지역이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와 병원, 교통망이 무너지면 인구는 더 빠르게 빠져나간다.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이 악순환은 데이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이 수행한 가명정보 결합 분
[뉴스트래블=편집국] 사람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학교가 비어가며, 버스 노선 하나가 줄어든다. 그렇게 일상의 균열이 겹치다 보면, 어느 순간 통계가 먼저 무너진다.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가 말하는 ‘인구감소지역’은 그래서 예측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이미 지역의 삶이 한 차례 바뀐 뒤에야 숫자는 그 변화를 기록한다. 행정안전부가 인구 구조와 생활 인프라를 기준으로 인구감소지역을 공식 지정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지역이 이 범주에 포함됐다.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인구 감소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규모보다 속도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정책과 행정의 대응을 앞지르면서, 지역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출구를 요구받게 됐다. 이 지점에서 ‘관광’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호출됐다. 산업을 새로 유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일자리를 되돌리는 일은 더 복잡하다. 반면 관광은 이미 존재하는 자연과 문화, 풍경을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웠다. 지역에 외부 인구를 불
[뉴스트래블=편집국] 태평양 한가운데, 지도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기조차 어려운 작은 점 하나가 있다. 나우루 공화국. 국토 면적 21㎢, 인구 약 1만 명.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했던 나라다. 그러나 지금 이 섬을 둘러싼 풍경은 번영의 기억보다, 고립과 붕괴의 흔적에 가깝다. 나우루는 사라진 자원이 남긴 질문 위에 서 있다. 인광석이 만든 기적과 착시나우루의 역사는 인광석과 함께 시작되고, 인광석과 함께 무너졌다. 20세기 초, 섬 중앙부에서 고농도의 인광석이 발견되면서 나우루는 순식간에 태평양의 부유한 섬국가로 떠올랐다. 비료 원료로 각광받은 인광석 덕분에 독립 이후 나우루 정부는 국민에게 세금 없는 국가, 무료 의료와 교육, 해외 투자 수익을 약속할 수 있었다. 1970~80년대 나우루의 1인당 소득은 호주, 일본을 웃돌았다. 그러나 그 번영은 지하자원을 파내는 속도만큼 빠르게 소비됐다. 국토의 약 80%가 채굴로 훼손됐고, 섬의 심장은 뾰족한 석회암 기둥만 남은 황무지로 변했다. 땅을 잃은 국가인광석이 고갈되자 문제는 한꺼번에 드러났다. 농업은 불가능했고, 식수는 빗물 저장과 해수 담수화에 의존해야 했다. 채굴 이후 방치된 중앙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중국 음식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유독 자주 소환되는 장면이 있다. 살아 있는 원숭이의 머리를 열어 뇌를 먹는다는 이야기. 듣는 순간 얼굴이 굳고, 질문은 뒤로 밀린다. 정말 그런 음식을 먹는 걸까. 중국 광둥의 ‘원숭이 뇌 요리’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음식 신화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음식의 실체라기보다, 타문화에 대한 공포와 상상이 결합해 만들어낸 괴담에 가깝다. 이 편은 그 ‘먹히지 않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원숭이 뇌 요리는 중국 전통 요리서나 광둥 지역의 실제 식문화 기록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명·청대의 문헌, 근현대 미식 자료, 심지어 식문화 민속 조사에서도 이를 실제 음식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진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서구에서 중국을 ‘기이한 식문화를 가진 타자’로 소비해온 오랜 시선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중국에 대한 여행기와 식민지 보고서에는 과장과 왜곡이 빈번했다. 낯선 식재료, 내장 요리, 살아 있는 해산물을 조리하는 방식은 곧바로 ‘잔혹함’으로 번역됐다. 원숭이 뇌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증폭됐다. 실제로는 특정 문학 작품이나 풍문이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