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관광 선진국들이 '지속가능성'이라는 명제를 최우선 가치로 내걸면서 대량 관광(Mass Tourism)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전략은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분산 전략을 통해 지역과 환경을 보호하며 관광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5년 9월 발간한 '한국관광정책' 101호에 따르면, UN Tourism, OECD 등 국제기구의 논의 확대에 발맞춰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국은 2030년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관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선진적 전략은 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포용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이 글로벌 관광의 미래 기준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 스페인 : '오버투어리즘' 해소와 스마트 관광의 결합 스페인은 2030년까지 관광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면서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지속가능 관광 전략 2030'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해안가와 주요 도시에 집중된 '과잉 관광(Overtourism)' 문제 해소다. 관광 분산과 지역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스페인은 관광객의 흐름을 내륙과 농촌, 비전통적인 지역으로 분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포르투갈이 한국인에게 '한 달 살기' 최적지로 떠오른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데이터와 장기 체류자 경험을 종합하면, 저렴한 생활비와 안정적인 치안, 온화한 기후, 느긋한 생활 리듬이라는 조건이 이상적으로 맞물린 국가다. 특히 유럽 내 주요 도시들과 비교할 때, 비용 대비 삶의 질이 뛰어나며 장기 체류에 필요한 기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Numbeo 기준으로 리스본의 생활비 지수는 서울 대비 약 67% 수준이며, 포르투는 이보다 약 10% 더 저렴하다. 월 임대료는 원룸 기준 400~600유로, 대중교통 월 정기권은 40~50유로 정도로 합리적이다. 식비 역시 외식 기준 한 끼 7~10유로 수준이며, 현지 마켓과 슈퍼마켓에서의 식료품 비용은 더욱 낮다. 이처럼 경제적 부담이 적은 점은 장기 체류를 고려하는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안전 측면에서도 포르투갈은 유럽 내 상위권 국가다. 글로벌 피스 인덱스(GPI)에서 꾸준히 ‘가장 안전한 10개국’ 안에 이름을 올리며, 주요 도시의 범죄율도 낮다. 리스본과 포르투의 장기 체류자 커뮤니티에 따르면, 밤늦게 외출하거나 혼자 걷는 경우에도 큰 문제를 경험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글로벌 럭셔리 관광 시장의 큰손인 아시아 부유층(HNWI)이 여행의 '낭만' 대신 '안정성'과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지도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이들은 장거리 해외여행을 줄이는 대신, 자국 내 최고급 경험에 대한 투자와 인접 아시아·중동 지역 집중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럭셔리 여행은 이제 '떠남'이 아닌 '가장 확실한 안정을 사는 행위'가 됐다는 분석이다. ILTM Asia Pacific이 2025년 발표한 설문조사(글로벌 부유층 및 고액 순자산가 450명 대상)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그룹의 심층 조사를 분석한 결과(아시아 7개국 부유층 1750명 대상), 아시아 부호들의 실용주의적 여행 선택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고빈도(高頻度) 여행의 귀환 : 해외 대신 '안방'이 표준이 되다 아시아 럭셔리 관광 시장의 핵심인 중국과 일본 부유층은 팬데믹 이후 자국 내 관광 선호도를 압도적으로 높였다. 이들에게 국내여행은 이제 연중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중국 부유층의 경우, 약 78%가 연간 3회 이상 국내여행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고급 숙박 시설과 서비스가 자국 내에서 충분히 확보되면서, 번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글로벌 럭셔리 관광 시장의 패러다임이 격변하고 있다. 단순히 고가(高價)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부(富)를 과시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이제는 여행을 개인의 건강, 정신적 성장,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로 인식하는 '변화형 소비'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한국관광정책' 2025년 가을호(No. 101)의 분석에 따르면, 럭셔리 관광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이미 1조 38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규모를 형성했으며, 2031년까지 연평균 7.6%의 견고한 성장률이 예측된다(출처: ILTM, 2025). 특히, 럭셔리 관광객이 전체 관광 지출의 50%를 책임진다는 점은 이들의 소비 행태 변화가 미래 관광 산업 전반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임을 시사한다. 시장의 주도권을 쥔 새로운 '큰손들' 럭셔리 관광의 주요 소비 주체는 기존의 가족 단위에서 여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성들은 독립적인 자아 탐색과 성취감 확보를 위해 여행을 활용하며, '여성 나홀로 여행(Solo Travel)'이 메가트렌드로 부상했다. 여행 컨설팅 기관 Virtuoso 조사 결과, 혼자 여행하는 럭셔리 고객 중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안동 하회마을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다. 낙동강이 S자 곡선을 그리며 마을을 감싸고, 초가와 기와지붕이 나란히 이어진다. 논과 밭 사이로 들리는 매미소리와 바람의 결이 섞여 여름의 냄새를 만든다. 이곳에서는 빠른 걸음이 어색하다. 사람들은 느릿한 속도로 걷고, 낮은 지붕 아래에서는 오래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풍경을 마주하면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가 겹쳐진다. 석양빛이 비추는 라벤더 밭, 황토빛 마을과 올리브 나무 사이를 걷는 여행자들. 오래된 석조 집마다 라일락 향이 흩어지고, 벽돌색 와인잔이 햇살을 반사한다.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 멀리 있지만, ‘시간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놀라울 만큼 닮았다. 강이 감싸 안은 마을, 바람이 스치는 들판 하회마을은 조선 시대 양반가의 삶이 고스란히 남은 전통마을이다. 이름 그대로 ‘강이 돌아 감싼다’는 뜻을 지녔다. 하회는 물길이 만든 자연 요새 속에 자리 잡아 외부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고택과 정자, 돌담길이 옛 형태 그대로 보존돼 있다. 부용대에 오르면 낙동강이 감싸 안은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프로방스의 시골 마을도 비슷하다. 산과 들, 올리브 밭이 자연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시대의 기억을 품는다. 한때 제국의 중심이었거나, 분단의 상징이었던 이름들은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상하이와 베를린, 두 도시는 서로 다른 대륙에서 태어났지만 ‘변화’라는 이름 아래 닮아 있다. 상하이는 바다를 향해 열렸고, 베를린은 벽을 넘어섰다. 이름은 시대의 상처를 품었지만, 두 도시는 그 상처를 미래의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이름의 기원을 따라가면 도시의 운명이 보인다. 상하이(上海)는 문자 그대로 ‘바다 위’를 뜻한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황푸강 하구의 작은 어촌이었던 이곳은, 바다로 나아간 이름처럼 세계로 열린 도시로 성장했다. 베를린(Berlin)은 슬라브어 ‘베를(Berl)’에서 유래해 ‘습지’ 혹은 ‘늪’을 뜻한다. 물 위에서 태어난 도시는 산업의 물결과 이념의 격랑을 헤치며, 오늘날 유럽의 중심으로 다시 섰다. ◇ 상하이, 바다의 이름에서 세계의 이름으로 상하이는 중국 근대의 문을 연 도시다.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개항되면서 서양의 자본과 문화가 밀려들었고, 조계지 시대를 거치며 동서양이 교차하는 공간이 됐다. 이름 그대로 ‘바다 위의 도시’는 세계로 향하는 출발점이자, 중국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전주는 느림의 미학이 살아 있는 도시다. 한옥마을 골목에 들어서면 기와 지붕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오래된 돌담길을 따라 커피 향이 천천히 흐른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매번 새롭다. 여행자는 골목을 걷는 속도만큼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 풍경의 정서를 따라가면 교토의 장면이 겹쳐진다. 좁은 골목마다 붉은 단풍이 깔리고, 종소리와 함께 나무문이 살짝 열린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전경은 마치 전동성당 종탑에서 내려다본 전주 시내처럼 고요하다. 두 도시는 각자의 언어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법’을 가르친다. 오래된 골목이 품은 시간의 향 전주의 한옥마을은 700여 채의 한옥이 모여 형성된 국내 최대의 전통 주거지다. 낮에는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만, 해가 지면 다시 고요가 찾아온다. 담벼락 사이를 비추는 조명 아래로 한복 차림의 여행자들이 천천히 걷는다. 한옥의 선과 그림자가 맞닿는 장면은 어느 순간 예술이 된다. 교토의 거리도 비슷하다. 히가시야마 지구의 골목에는 수백 년 된 상점과 찻집이 늘어서 있다. 대나무로 엮은 울타리, 낮은 목조 건물, 그리고 거리마다 흐르는 전통 음악. 교토의 주민들은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간다.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한 달 살기'라는 여행 트렌드는 단순 관광을 넘어 현지에서 생활하며 문화를 체험하고 일상을 경험하는 장기 체류형 여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숙소와 식비, 안전, 의료 인프라, 인터넷 환경 등 현실적인 요소가 체류 만족도를 좌우한다. 감성만으로는 한 달을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번 조사는 한국인이 장기 체류에 적합한 국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글로벌 지수인 Numbeo, Mercer, EIU를 종합했다. 생활비, 안전, 삶의 질, 의료 접근성, 인터넷 속도, 비자 유연성 등 여섯 가지 핵심 지표를 기준으로 2025년 한 달 살기 최적 국가 Top10을 선정했다. 단순 인기 순위가 아니라, 현실적인 장기 체류 적합성을 수치로 환산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사에서는 생활비, 안전, 삶의 질, 의료 접근성, 인터넷 속도, 비자 유연성 등 여섯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국가별 점수를 산출했다. 각 항목에는 장기 체류 관점에서 가중치를 부여했으며, 한국과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점수를 환산했다. 이를 통해 단순 물가 비교가 아니라, 실제 생활의 질과 안전, 편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평가를 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자연과의 지난한 관계를 기록한 고문서다. 어떤 이름은 자연을 다스리려 했던 인간의 의지를 담고, 또 어떤 이름은 자연의 축복에 감사하는 찬사로 남는다. 도시가 발을 디딘 땅과 마주한 물길, 불어오는 바람은 이름 속에 가장 원초적인 정체성으로 새겨진다. 암스테르담과 부에노스아이레스, 두 도시는 이름의 어원부터 그들이 마주했던 자연 환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변했지만, 이름에 새겨진 그 태도는 여전히 도시의 문화와 운명을 규정한다. 물을 막아 땅을 얻은 곳과, 좋은 바람을 찾아 정박한 곳. 여행자가 두 도시의 운하와 항구를 바라볼 때, 그 풍경은 단순한 지리가 아니라 이름이 만든 서사로 다가온다. 오늘 우리는 ‘자연’이라는 이름을 따라, 바람과 물의 길 위에 선다. ◇ 암스테르담, 물을 다스려 얻은 개척의 이름 네덜란드의 심장 암스테르담은 이름 자체가 '인간의 의지'를 상징한다. 이름의 어원은 명확하다. '암스텔(Amstel) 강'과 그 강을 막은 '댐(Dam)'의 결합이다. 13세기, 홍수로부터 땅을 보호하고 무역로를 확보하려 했던 개척자들은 댐을 쌓았고, 도시는 물과의 치열한 투쟁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남쪽 바다의 도시 통영은 오래전부터 ‘한국의 나폴리’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여행자들은 이곳을 ‘한국의 산토리니’라 부른다. 바다 위로 겹겹이 쌓인 집,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 햇살에 반사된 흰색의 담벼락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지중해의 감성을 닮았다. 언덕 마을을 오르다 보면 시야가 트이고, 그 아래로 바다가 펼쳐진다. 골목마다 다른 색의 벽화가 이어지고, 하얀 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염분 섞인 향기를 품는다. 통영의 바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속에는 느릿한 리듬과 삶의 온기가 있다. 그 여유가 바로 산토리니의 낭만과 닮아 있다. 바다와 언덕이 만든 흰빛의 도시통영의 동피랑 마을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그림 같다. 오르막을 따라 걷다 보면 벽마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계단 끝에 닿을 때마다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의 흰 담벼락과 파란 지붕, 낮게 겹쳐진 집들은 에게해의 섬을 닮았다. 산토리니의 이아(Oia) 마을처럼, 통영의 언덕은 사람들의 삶을 품은 채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두 도시는 모두 화산과 바다, 언덕과 마을이 한 몸처럼 이어진 구조를 지녔다. 태양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빛의 농도가 달라지고, 시간의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