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는 자연스럽게 자라난 도시가 아니다. 지도 위에서 먼저 설계됐고, 사막 같은 고원 위에 단기간에 세워졌다. 그 중심에 놓인 삼권광장은 브라질 국가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려 했는지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 공간은 국가가 미래를 향해 던진 선언에 가깝다. 브라질은 식민의 과거와 지역 불균형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수도 이전과 신도시 건설은 이를 해결하려는 국가적 선택이었다. 삼권광장은 그 실험의 핵심 무대다. 국가는 이곳에서 새로운 질서를 공간으로 제시했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삼권광장은 이름 그대로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한 시야에 들어오는 공간이다.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대법원이 광장을 둘러싼다. 권력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배치됐다. 국가는 균형을 구조로 설명했다. 이 배치는 상징적이다. 특정 권력이 중심을 차지하지 않는다. 광장은 비어 있고, 건물은 떨어져 있다. 브라질은 권력을 집중시키지 않는 이미지를 선택했다. 근대 국가의 원칙이 건축으로 표현됐다. 헌법의 문장은 공간의 질서로 바뀌었다. 시민은 광장을 통해 국가 구조를 한눈에 인식한다. 국가는 설명을 생략했다. 그래서 이 장소는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멕시코시티의 중심에 서면 거대한 광장이 먼저 열린다. 소칼로 광장은 도시의 한복판이지만, 동시에 멕시코 국가의 시간축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는 한 시대가 다른 시대를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멕시코는 이 광장에서 과거를 덮는 대신, 겹쳐 쌓는 방식을 선택했다. 아스테카 문명의 심장 위에 식민지 도시가 세워졌고, 그 위에서 현대 국가가 작동한다. 소칼로 광장은 단일한 기념물이 아니라 구조다. 문명과 정복, 독립과 국민국가가 한 장소에서 공존한다. 멕시코의 복합성은 이 공간에서 가장 분명해진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소칼로 광장은 멕시코의 정치적 중심이다. 대통령궁과 대성당, 시청 건물이 이 광장을 둘러싼다. 권력과 종교, 행정이 한 시야 안에 들어온다. 국가는 이 공간에서 자신을 노출한다. 이곳은 동시에 집회의 장소다. 국가 행사와 시위, 축제가 반복된다. 통제와 발언이 같은 공간에서 이뤄진다. 멕시코의 정치는 광장을 통해 작동한다. 소칼로의 대표성은 깊이에서 나온다. 이 자리에는 아스테카 제국의 템플로 마요르가 있었다. 정복자는 중심을 바꾸지 않았다. 권력은 항상 같은 자리를 원했다. 그래서 소칼로는 교체의 장소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인도 북부 아그라에 자리한 타지마할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덤이다. 흰 대리석으로 완성된 이 건축물은 멀리서 보면 완벽한 대칭의 아름다움을 먼저 드러낸다. 그러나 이곳을 이해하려면 미학보다 구조를 봐야 한다. 타지마할은 인도라는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복합성을 품어왔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인도는 하나의 이야기로 설명되기 어려운 나라다. 종교와 정치, 계급과 권력이 겹쳐 형성됐다. 타지마할은 그 복잡한 층위를 한 장면에 응축한 사례다. 개인의 애도가 제국의 언어가 되고, 그 언어가 국가의 얼굴로 남았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타지마할은 통치의 공간이 아니다. 행정도, 군사도 이곳의 기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장소는 인도를 대표한다. 국가는 힘이 아니라 서사를 통해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무덤은 무굴 제국의 황제가 왕비를 위해 세웠다. 개인적 감정에서 출발했지만, 제국의 자원과 기술이 동원됐다. 사랑은 사적인 감정이었고, 건축은 공적 행위였다. 이 결합이 인도적이다. 타지마할은 특정 종교의 성지로 제한되지 않는다. 이슬람 건축이지만, 인도 사회 전체의 상징으로 소비된다. 종교는 배타적으로 작동하지 않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이란 남부 평원에 남아 있는 페르세폴리스는 폐허에 가깝다. 기둥은 부서졌고, 궁전은 바닥만 남았다. 그러나 이 장소를 바라보는 이란의 시선은 과거형에 머물지 않는다. 페르세폴리스는 사라진 제국의 유적이 아니라, 현재 국가 정체성을 설명하는 기준점이다. 이란은 수차례 체제가 바뀌었고, 종교와 정치의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이 국가는 제국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 페르세폴리스는 고대와 현대가 단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과거를 극복한 나라가 아니라, 과거를 안고 현재를 구성한 나라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페르세폴리스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였다. 단일 도시라기보다 제국의 상징 공간이었다. 왕은 이곳에 상주하지 않았지만, 제국의 질서는 여기서 선언됐다. 국가는 행정이 아니라 상징으로 먼저 구성됐다. 이곳은 정복의 결과를 과시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여러 민족이 조공을 바치는 모습이 부조로 남아 있다. 그러나 폭력보다는 질서가 강조됐다. 제국은 다양성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했다. 이란이 이 장소를 국가의 대표 장면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국가는 단일 민족 국가로 출발하지 않았다. 여러 문명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아테네 도심 어디에서든 시선을 들면 언덕 위 신전이 보인다. 아크로폴리스는 도시의 중심이 아니라, 도시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이 시선의 구조가 그리스라는 국가의 출발점을 설명한다. 국가는 아래에서 움직였고, 위에서는 사유됐다. 그리스는 현대 국가의 직접적인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를 구성하는 개념 대부분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아크로폴리스는 그 개념들이 처음으로 공간에 고정된 장면이다. 그리스는 국가 이전에 국가를 상상한 나라였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아크로폴리스는 종교 공간이자 정치 공간이었다. 신에게 바쳐진 장소였지만, 시민의 시선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신전은 믿음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공동체의 기준이었다. 권력은 이곳에 상주하지 않았지만, 정당성은 이곳에서 나왔다. 이 언덕 위 공간은 특정 통치자의 궁전이 아니었다. 왕의 거처도, 군사 요새도 아니었다. 대신 도시 전체가 바라보는 기준점이었다. 국가는 중심에 권력을 두지 않았다. 파르테논 신전은 신을 기리는 건축물이지만, 인간의 비율로 설계됐다. 이는 신과 인간의 거리를 조정한 선택이었다. 절대 권력이 아닌 조화가 강조됐다. 국가의 사고방식이 공간에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뉴욕 항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마천루가 아니라 바다 위의 여신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도시의 일부이지만, 도시보다 오래된 의미를 품고 있다. 이 조형물은 관광 명소이기 이전에 선언문에 가깝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무엇을 약속했는지를 공간으로 고정한 장면이다. 미국은 땅보다 이념이 먼저 세워진 나라다. 자유의 여신상은 그 이념을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국가는 경계 안에서 완성된 것이 아니라, 바다를 건너오는 시선 속에서 정의됐다. 이 공간은 미국의 시작을 보여준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졌다. 프랑스가 제작하고 미국이 받아들인 상징물이다. 이 조합 자체가 미국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국가는 내부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조형물은 권력자나 전쟁을 기념하지 않는다. 자유라는 추상적 가치를 형상화했다. 국가는 자신을 인물보다 이념으로 정의했다. 이는 기존 제국 국가와 다른 선택이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항구에 세워진 이유도 분명하다. 이곳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첫 관문이었다. 국가는 도착하는 이들에게 먼저 메시지를 건넸다. 환영과 약속이 동시에 전달됐다. 그래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인공지능은 여행사의 역할도 바꾸고 있다. 예약과 상담, 일정 추천은 자동화되고, 고객 접점은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했다. 여행사는 점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있다. 효율은 높아졌지만, 책임의 경계는 흐려졌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행자는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플랫폼, 현지 파트너, 본사 사이에서 책임은 분산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는 기술 도입이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관리와 기획의 중요성을 키운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관리보다 자동화가 앞서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은 있지만, 대응 체계는 부족하다. 패키지 여행이든 자유여행이든, 여행사는 단순 중개자가 아니다. 이동과 숙박을 파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계약을 맺는 주체다. 이 책임은 기술로 외주화될 수 없다. AI는 고객 응대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최종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판단의 주체가 명확히 설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행자는 여전히 보호받지 못한 상태에 놓인다. 앞으로의 여행사는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이 아니라, 기술과 책임을 연결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자동화된 시스템 위에 사람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관광 가이드는 오래전부터 ‘곧 사라질 직업’으로 불려왔다. 설명은 AI가 더 정확하고, 번역은 즉각적이며, 일정 안내는 앱이 대신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단순 해설 중심의 역할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 역시 관광 산업에서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직무로 정보 전달 중심 업무를 꼽는다. 정해진 내용을 반복하는 역할일수록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가이드는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결론은 소멸이 아니라 재편이다. 인공지능은 직업을 없애기보다, 직무의 성격을 바꾼다. 관광 가이드 역시 설명자에서 판단자로 이동하고 있다. 여행 현장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날씨, 교통, 여행자의 건강 상태, 문화적 오해까지 매뉴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보다 현장을 읽는 능력이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역량으로 비정형 상황 대응, 기획, 창의적 문제 해결을 제시한다. 이는 관광 가이드의 미래가 말솜씨가 아니라 책임 능력에 있음을 보여준다. 가이드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관리하는 존재로 재정의되고 있다. 문제는 산업 구조다. 기술은 비용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행은 점점 조용해지고 있다. 공항 체크인은 무인 기계가 대신하고, 호텔 프런트에는 사람보다 화면이 먼저 눈에 띈다. 항공권 예약부터 일정 관리까지, 여행의 많은 과정이 인공지능과 앱으로 처리된다. 여행자는 더 적은 대화로 더 먼 곳까지 이동한다. 편리함은 분명 커졌다. 과거처럼 정보를 찾기 위해 헤매지 않아도 되고, 언어 장벽도 낮아졌다. 관광은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가 여행의 질을 높였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서 '인공지능이 문화·관광·콘텐츠 산업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관광 산업에서 인공지능 도입이 가장 빠른 영역으로 예약, 안내, 정보 제공 같은 반복 업무를 지목한다. 여행자는 더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지만, 그 정보는 어디까지나 ‘계획된 상황’을 전제로 한다. 여행의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는 계획이 어긋나는 순간이다. 항공편 지연, 일정 변경, 돌발 사고 같은 상황에서 여행자는 종종 시스템 속에 홀로 남겨진다. 앱은 작동하지만, 판단해줄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연결은 유지되지만, 책임은 분산된다. 자동화된 관광 환경에서 여행자는 더 많은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타이베이 MRT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는 순간, 풍경이 달라진다. 빌딩 사이로 김이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공기를 채운다. 베이터우의 온천 여행은 이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그 자리에서 이미 시작된다. 도시 한복판에서 온천이 일상이 되는 공간, 베이터우는 타이베이가 가진 가장 독특한 표정이다. 베이터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도시형 온천 지구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온천과 달리, 이곳의 온천은 생활권 안에 있다. 주거지와 공원, 박물관과 시장 사이로 온천 시설이 이어진다. 여행자는 특별한 준비 없이도 도시의 리듬 속에서 온천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 지역의 온천 역사는 타이완 근대사와 맞물려 있다. 일제강점기, 베이터우는 본격적인 온천 휴양지로 개발됐다. 신베이터우 기차역과 온천 박물관은 그 시기의 흔적을 전한다. 당시의 공중목욕탕과 철도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 박물관과 복원된 건축물로 남아 관광의 일부가 됐다. 베이터우의 온천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이 축적된 장소다. 베이터우 온천 지구의 중심에는 자연 지형이 있다. 지열곡과 유황곡에서는 지금도 땅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