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AI는 여행자의 이동을 예측하고, 관광지의 혼잡도를 분석하며, 개인 맞춤형 일정을 제안한다. 기술은 편리함을 약속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우리의 동선과 취향, 감정까지 담고 있다. 관광산업이 인공지능으로 재편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다. 관광객이 데이터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아무리 정교한 AI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AI 관광의 핵심은 데이터다. 여행자의 위치 정보, 숙박 기록, 소비 패턴이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분석되어야만 개인 맞춤형 관광이 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이 데이터가 프라이버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산업 분야 인공지능 도입 지원 방향 연구’에 따르면, 관광기업들이 AI 활용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간의 경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치 기반 데이터나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에서는 법적 기준이 불명확해, 기업들이 적극적인 기술 도입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일부 해외 도시에서는 관광객의 이동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혼잡 지역을 회피하거나,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싱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디지털 노마드의 천국’이라는 수식은 태국을 가장 잘 설명한다. 방콕과 치앙마이, 푸껫을 중심으로 원격근무자와 장기 체류자가 몰리며, 동남아 한 달 살기 시장의 핵심국가로 부상했다. 저렴한 생활비, 안정된 인터넷 인프라, 정부의 장기 체류 비자 제도까지 더해져 체류 환경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태국관광청(TAT)은 2025년 한 달 이상 체류 외국인 방문객 수가 2023년 대비 약 3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워케이션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태국은 단기 여행지에서 ‘생활형 체류지’로 변모하고 있다. 방콕은 체류자의 첫 선택지다. Numbeo(2025년 기준)에 따르면 방콕의 생활비는 서울보다 약 35% 저렴하며, 중심가 원룸 임대료는 월평균 25,000~40,000바트(USD 680~1100) 수준이다. BTS·MRT 등 교통망이 촘촘하고, 카페·코워킹 스페이스·디지털 서비스 접근성이 뛰어나 프리랜서·IT 직군의 체류 비중이 높다. 치앙마이는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로우코스트·하이퀄리티’ 생활이 가능하다. 님만해민 지역은 아시아 노마드 거점 중 하나로 꼽히며, 월 15,000바트(USD 410) 이하로 장기 숙소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신앙의 흔적이자, 인간이 신에게 남긴 질문이다. 역사가 아무리 변해도, 믿음이 도시를 지탱하는 순간이 있다. 예루살렘과 바라나시는 그 증거다. 한 도시는 세 종교의 성지가 됐고, 다른 도시는 인도의 신화가 현실이 된 공간이다. 이 두 도시는 신의 이름을 품은 채, 시간의 강을 건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루살렘과 바라나시는 단순한 성지가 아니다. 그곳은 인간이 신을 향해 세운 도시이자, 신이 인간에게 남긴 기억의 무대다. 거리의 돌 하나, 강가의 물결 하나에도 기도와 희생, 그리고 회복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오늘 우리는 그 신성한 이름의 기원을 따라, 예루살렘과 바라나시로 떠난다. ◇ 예루살렘, 신의 이름을 품은 도시 ‘예루살렘(Jerusalem)’은 히브리어 ‘예루샬라임(Yerushalayim)’에서 유래했다. 뜻은 ‘평화의 도시’, 그러나 그 이름과 달리 수천 년 동안 이곳은 전쟁과 분열의 상징이었다. 다윗 왕의 수도로 세워지고, 솔로몬의 성전이 들어서며 ‘신의 도시’로 불렸지만, 이후 이곳은 바빌론, 로마, 오스만 제국 등 수많은 정복자의 발자국을 거쳤다. 역사는 바뀌었지만, 예루살렘의 이름은 여전히 신을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 대부도 남쪽, 탄도항 인근에 자리한 동주염전은 1953년 문을 연 이래 70년 가까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천일염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살아있는 K-산업 미스터리다. 이곳은 단순히 소금을 생산하는 공간을 넘어, 하늘, 바다, 사람이 빚어내는 소금꽃의 결정체이자, 한국 근현대 제염 산업의 흥망성쇠를 증언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염전 바닥에 깨진 옹기 조각을 깔아 만드는 독특한 '깸파리 염전' 방식은 동주염전 소금에 깊고 단맛을 더하는 핵심 미스터리다. 옛 염부들의 땀과 애환, 그리고 소금을 실어 나르던 '가시렁차'에 얽힌 산업화 시대의 비화를 추적한다. ◇ 프롤로그: '소금꽃' 속에 담긴 70년 장인 정신의 비밀 동주염전은 안산 지역 천일염의 역사적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조선시대부터 안산 일대는 품질 좋은 천일염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는데, 많은 염전이 개발의 물결에 사라진 지금도 동주염전은 꿋꿋하게 전통 방식을 지키고 있다. 동주염전의 소금이 특히 명품으로 인정받는 비밀은 바로 '깸파리 염전'에 있다. '깸파리'란 깨진 옹기나 사기 조각을 뜻하는 말로, 염전 바닥을 화학 장판지 대신 옹기 토판으로 채운 것을 말한다. 이
[뉴스트래블=편집국] 한때 어린이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던 유원지의 철문은 녹슬어 잠겼다. 입구를 막은 잡초와 부서진 회전목마, 바람에 흔들리는 표지판만이 이곳의 과거를 증언한다.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산자락에 위치한 ‘원주 드림랜드’는 1990년대 중반 지역의 대표적인 가족형 놀이공원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관광객 감소와 시설 노후화로 문을 닫았다. 그 이후 20여 년간 이곳은 사실상 ‘잊힌 공간’으로 남아 있다. 드림랜드는 1995년 개장 당시 원주 시민뿐 아니라 인근 제천, 충주, 횡성 주민들의 나들이 명소였다. ‘꿈의 유원지’라는 이름처럼 어린이 기차, 회전목마, 범퍼카, 미니 롤러코스터가 좁은 산비탈을 따라 자리했고, 주말이면 도시락을 든 가족들로 붐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운영난에 직면했다. 2003년께부터 주요 놀이기구가 멈췄고, 2007년에는 전기 공급이 끊기며 공식 폐업 상태가 되었다. 이후 10여 년간 드림랜드는 방치되었다. 놀이기구 대부분이 철거되거나 부식됐지만, 일부 건물과 조형물이 남아 ‘도시의 유령공간’처럼 남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SNS와 유튜브에서는 '원주의 폐허 유원지'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기차가 춘천역에 닿는 순간, 창밖의 풍경이 달라진다.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고, 호수와 산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공기엔 물 냄새가 섞여 있고, 그 속에 묘한 평온이 깃든다. 이 고요한 리듬은 스위스의 취리히를 떠올리게 한다. 두 도시는 ‘호수’로 자신을 정의한다. 춘천의 의암호와 공지천, 취리히의 취리히호는 모두 도시의 중심에서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물결 위로 빛이 부서지고, 그 위를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느리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그곳에서 두 도시의 감성이 닮아간다. 물의 도시, 일상이 풍경이 되는 곳 춘천의 아침은 호수에서 시작된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의암호 위로 카약이 떠 있고, 강변 산책로엔 조깅하는 이들이 보인다. 그 여유로운 풍경 속에서 도시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주변의 카페에서는 커피 향이 물결에 섞이고, 소양강 스카이워크에선 호수와 하늘이 맞닿는다. 취리히 역시 물의 도시다. 리마트강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호수 위에는 유람선이 천천히 미끄러진다. 출근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점심시간에 호숫가 벤치에 앉은 직장인들 - 그 일상의 여유는 춘천의 오후와 닮았다. 물이 도시의 중심에 있다는 것,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토스카나의 언덕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고, 멀리서 올리브 나무 사이로 빨간 지붕들이 보인다. 그 아래 어느 시골 부엌에서는 커다란 냄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올리브유 향이 부드럽게 퍼지고, 익은 토마토의 붉은 숨결이 주방을 가득 메운다. ‘파파 알 포모도로(Pappa al Pomodoro)’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태어난 소박한 수프다. 하지만 그 안엔 농부의 손맛, 햇살의 시간, 그리고 ‘버리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다. 남은 빵과 토마토로 만든 단순한 음식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농가의 미식’이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파파 알 포모도로의 탄생은 가난의 시대에서 비롯됐다. 한때 토스카나의 농가에서는 매일 구운 빵이 식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빵은 딱딱하게 굳었고, 그것을 버릴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수프다. 잘 익은 토마토를 으깨 넣고, 마늘과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뒤 바질 잎을 띄워 끓인다. 여기에 오래된 빵을 넣으면, 빵은 국물을 머금으며 다시 살아난다. 토스카나의 할머니들은 말한다. “이 수프엔 돈 대신 마음이 들어간다.” 요리를 하는 동안 부엌은 향기로 가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남미 대륙의 관문이자 ‘다른 남미’로 진화 중인 콜롬비아는 여행지 이상의 장기 체류지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치안 문제로 인해 ‘조심해야 하는 나라’로 인식되던 이곳이지만, 최근 몇 년간 도시별로 치안이 개선되고 외국인 체류 제도가 정비되며 ‘한 달 살기’라는 체류형 여행 트렌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메데인은 ‘영원한 봄의 도시’로 불린다. 해발 약 1 500 m의 계곡지대 덕분에 연중 기온이 20~25℃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한 달 살기 체류자에게 쾌적한 생활 환경을 제공한다. 생활비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Numbeo에 따른 ‘Cost of Living in Medellín’ 자료에서는 임대료를 제외한 1인 평균 비용이 약 561 달러 수준으로 나와 있다. 또한, Expatistan 자료에 따르면 45㎡ 규모 스튜디오형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약 2,114,380 콜롬비아 페소(약 504달러, 2025년 10월 기준 환율 1USD=4,200COP 적용) 수준으로 집계된다. 도시 중심부 원룸 임대료는 한 달 약 USD 500~800 수준이며, 외곽/중저가 지역에서는 USD 400선도 확인된다. 이처럼 메데인은 남미 내에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인간은 오래전부터 바다를 경계이자 길로 삼았다. 파도를 넘어선 자는 새로운 세상을 얻었고, 그 바다 위에서 태어난 도시는 서로 다른 문명을 이어주는 관문이 되었다. 리마와 카사블랑카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두 개의 이름이다. 하나는 남미 문명의 목소리, 다른 하나는 아랍과 유럽이 만나는 빛의 항구다. 이름의 기원을 따라가면, 두 도시는 모두 ‘말하는 자연’에서 출발한다. 리마는 케추아어 ‘리막(Rímac)’, 즉 ‘말하는 강’에서 유래했다. 안데스 산맥의 물줄기가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곳, 그 흐름 위에 스페인 식민지의 수도가 세워졌다. 반면 카사블랑카는 스페인어로 ‘하얀 집’을 뜻한다. 하얀 회벽의 집들이 바다를 향해 늘어서 있던 옛 항구의 풍경이 도시의 이름이 된 것이다. ◇ 리마, 말하는 강의 도시리마는 잉카 제국의 정복 이후, 식민지 페루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리막 강이 도심을 가로지르며 말하듯 흐르고, 그 위에 세워진 궁전과 성당들은 유럽 문명의 언어로 새겨진 권력의 흔적이다. 하지만 도시의 뿌리는 여전히 안데스의 리듬에 있다. 시장의 소리, 벽화의 색, 음식의 향에는 여전히 ‘리막’의 말하는 힘이 남아 있다. 이
[뉴스트래블=편집국] 강원도 정선, 함백산 자락의 외진 골짜기. 사람의 발길이 끊긴 마을 골목은 고요 속에서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스친다. 녹슨 철문이 삐걱거리며 흔들리고, 잡초 사이로 먼지가 흩날린다. 한때 이곳을 가득 채웠던 광부들의 발자국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갱도 안 망치질과 삽질 소리는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이 마을은 공식 기록과 역사 자료에 따르면 1970~80년대 석탄 산업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지만, 1990년대 초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이 이어지며 인구 대부분이 도시로 떠났다. 남은 것은 무너진 갱도 입구와 철거되지 않은 건물, 그리고 산업화의 흔적뿐이었다. 한국광업공사와 정선군 자료에 따르면, 함백산 폐광촌에는 한때 수천 명의 광부와 그 가족이 거주했다. 마을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생활 문화의 중심이었다. 작은 극장과 목욕탕, 상점들이 들어서며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던 공간이었지만,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마을은 서서히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1991년을 전후로 갱도가 차례로 문을 닫자, 주민들은 도시로 이동했고, 마을에는 적막과 공허만이 남았다. 폐허 속을 상상해보면, 스릴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녹슨 철문과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