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서울 성수동의 한 감자탕집 앞에는 요즘 주말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선다. 그중엔 대만과 홍콩에서 온 단체 여행객도, 일본에서 온 혼행족도 있다. 한때 ‘현지인 맛집’이었던 이곳이 외국인 필수 코스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이 찾는 것은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를 보면, 2025년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인 메뉴는 국수·만두(55.2%↑), 감자탕(44.0%↑)이었다. 이들은 특별한 한식당보다는 ‘일상 속 식사’로 분류되지만,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인에게 평범한 점심 한 끼가 외국인에게는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이유다. 특히 대만과 홍콩에서 감자탕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대만 관광객의 감자탕 소비는 전년 대비 159%, 홍콩은 119%나 늘었다. 대만은 단체 관광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아,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대형 메뉴의 선호가 두드러진다. 뚝배기에 담긴 국물요리와 함께 나누는 식사는 ‘함께 먹는 문화’라는 한국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현지 음식에서는 쉽게
[뉴스트래블=편집국] 강화도의 바람은 유난히 느리다. 그 바람이 스쳐가는 오래된 교정 위엔, 시간의 먼지가 겹겹이 쌓여 있다. 벽에는 낡은 교훈 문구가 희미하게 남아 있고, 운동장은 잡초로 뒤덮였다. 철제 미끄럼틀은 녹슬어 내려앉았고, 창문 너머로는 오래전 떠난 아이들의 흔적만 남았다. 이곳은 더 이상 학교가 아니다. 인천 강화군에는 현재 20곳이 넘는 폐교가 있다. 인구 감소와 도시 이주가 가속화되면서 1990년대 이후로 교문이 굳게 닫힌 학교가 늘었다. 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강화 지역 초등학생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학교는 사라졌고, 마을의 중심이던 공간은 이제 기억 속 풍경으로 남았다. 삼산면의 석모초등학교 삼산분교장은 2012년 마지막 학생이 졸업한 뒤 문을 닫았다. 그 후 10여 년, 교실 안엔 여전히 낡은 칠판과 의자가 남아 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온 해무가 분필 자국 위를 흘러내린다. 이곳은 잠시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됐지만, 방문객이 줄며 다시 폐쇄됐다. 이제 마을 주민들만 가끔 운동장을 지나칠 뿐이다. 교동도의 교동초등학교 대룡분교장은 폐교 이후 마을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쓰였다. 교실 벽엔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낙서가 아직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남해의 마지막 파도가 잦아들던 오후, 바람은 잔잔했고 하늘은 유난히 투명했다. 그렇게 긴 여정이 끝났다. 그러나 그 끝은 곧 또 다른 길의 시작이었다. 여행은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같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일이었다. 이 기획은 바로 그 시선을 좇았다. 한국의 도시와 닮은 해외의 도시를 마주하며, 우리는 ‘공간의 닮음’보다 ‘사람의 마음’을 발견했다. 제주에서 하와이를, 전주에서 교토를, 남해에서 넬슨을 바라보며 이어진 여정은 단순한 비교 여행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장소 속에 흐르는 공통의 감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닮은 듯 다른, 도시의 리듬을 걷다각 도시에는 고유한 리듬이 있다. 제주의 바람은 하와이의 파도와 닮았고, 전주의 골목은 교토의 거리처럼 시간의 결을 품고 있었다. 강릉의 바다는 북유럽의 해안처럼 차분했으며, 안동의 고즈넉한 마을은 프랑스 남부의 시골과 같은 평온을 안겼다. 이 시리즈를 따라가다 보면, 도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길 위의 공기, 사람의 발자국,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 우리는 결국 도시를 걷는 동시에,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난다. 여행의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남쪽 바다를 향해 차를 몰면, 어느새 육지의 소음이 멀어진다. 길은 좁아지고, 바람은 짙어진다. 남해는 언제나 조금 다른 리듬으로 움직인다. 회색 도시를 벗어나 처음 마주하는 푸른 수평선, 바람에 눕는 갈대, 고요한 항구의 정적. 이곳에서는 시간조차 바다의 속도로 흐른다. 그 풍경은 어쩐지 뉴질랜드의 넬슨과 닮았다. 남섬 북단의 작은 해안 도시 넬슨은 ‘햇살의 도시’라 불린다. 온화한 날씨, 예술가들의 공방, 푸른만과 포도밭이 어우러진 곳. 남해의 고즈넉한 마을길과 넬슨의 해안도로는 지구 반대편에서 서로를 닮은 듯 속삭인다. 바다와 예술, 그리고 느림의 미학이 두 도시를 이어준다. 바다의 색, 마음의 온도남해의 바다는 날마다 색이 다르다. 아침엔 옅은 청록, 오후엔 짙은 남청, 해 질 무렵엔 은빛으로 물든다. 물결 위에 떠 있는 작은 어선, 갓 잡은 멸치를 말리는 손길, 바닷가 마을의 느린 오후. 그 모든 것이 일상의 풍경이자 예술이다. 넬슨의 바다도 비슷하다. 타스만만(Tasman Bay)의 잔잔한 물결은 산과 구름을 품고, 작은 요트들이 한가로이 떠 있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아트 갤러리와 와이너리, 주말마다 열리는 장터의 수공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넓고 둥근 회색빛의 얇은 빵, 인제라(Injera)는 에티오피아 식탁의 중심이다. 보기엔 팬케이크 같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톡 쏘는 신맛, 그 안엔 발효의 시간과 아프리카의 햇살이 녹아 있다. 인제라는 단순한 주식이 아니다. 그 위에 각종 스튜와 커리, 채소 요리가 함께 올려지고, 모두가 한 접시를 둘러앉아 손으로 뜯어 나눠 먹는다. 수저도, 접시도, 형식도 없다. 대신 웃음과 대화가 있다. 인제라는 ‘함께 먹는’ 문화를 상징하는, 에티오피아의 가장 따뜻한 음식이다. 인제라는 에티오피아와 이웃국가 에리트레아의 대표적인 발효빵이다. 주재료는 테프(Teff)라는 아주 작은 곡물. 이 곡물은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해 ‘슈퍼 그레인’으로 불린다. 테프 가루를 물에 섞어 며칠 동안 발효시키면, 자연 효모가 만들어지고, 특유의 산미가 생긴다. 이 반죽을 팬에 부어 구우면 미세한 구멍들이 촘촘히 생긴다. 그 구멍은 스튜의 국물을 흡수해 인제라를 더 맛있게 만든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인제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일상 그 자체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심지어 손님이 찾아왔을 때도 인제라가 등장한다. 손님이 오면, 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