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강원도 정선, 함백산 자락의 외진 골짜기. 사람의 발길이 끊긴 마을 골목은 고요 속에서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스친다. 녹슨 철문이 삐걱거리며 흔들리고, 잡초 사이로 먼지가 흩날린다. 한때 이곳을 가득 채웠던 광부들의 발자국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갱도 안 망치질과 삽질 소리는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이 마을은 공식 기록과 역사 자료에 따르면 1970~80년대 석탄 산업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지만, 1990년대 초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폐광이 이어지며 인구 대부분이 도시로 떠났다. 남은 것은 무너진 갱도 입구와 철거되지 않은 건물, 그리고 산업화의 흔적뿐이었다. 한국광업공사와 정선군 자료에 따르면, 함백산 폐광촌에는 한때 수천 명의 광부와 그 가족이 거주했다. 마을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생활 문화의 중심이었다. 작은 극장과 목욕탕, 상점들이 들어서며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던 공간이었지만,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마을은 서서히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1991년을 전후로 갱도가 차례로 문을 닫자, 주민들은 도시로 이동했고, 마을에는 적막과 공허만이 남았다. 폐허 속을 상상해보면, 스릴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녹슨 철문과 무너
[뉴스트래블=편집국] 강 너머, 지도 위 작은 점으로만 표시된 땅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고, 시간 속에서 잊힌 공간들. 자료와 기록, 사진과 증언을 종합하면, 이곳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가 찾아갈 곳은 익숙한 관광지가 아니다. 폐허가 된 마을, 버려진 유원지, 손길이 닿지 않은 숲과 섬. 한국편에서는 12곳의 국내 금단의 여행지를, 이어지는 해외편에서는 12곳의 해외 금단 지역을 다룰 예정이다. 각 장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인간 활동, 기억과 망각이 겹쳐진 ‘금단의 공간’이다. 공식 기록과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하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에서 독자는 스릴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잊힌 장소에 끌리는가? 폐허 속 골목, 금지된 땅, 흔적만 남은 마을에서 인간은 무엇을 발견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시리즈는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자료 기반 탐사 기사다. 다음 편부터 우리는 정선 폐광촌, 원주 폐유원지, 서울 유령 건물과 제주 곶자왈 등 국내 금단의 장소를 하나씩 조명한다. 이어 해외편에서는 체르노빌, 군함섬, 인형섬 등 전 세계 금단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2035년,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인재에서 갈린다. WTTC(세계여행관광협회)는 향후 10년 안에 전 세계 관광 일자리 중 약 4,310만 개가 비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중국 1,690만 명, 인도 1,100만 명, 유럽연합 640만 명이 사라질 전망이다. 관광 대국들이 동시에 ‘사람’을 잃고 있다. 이제 각국은 생존을 걸고 인재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 현상은 단순한 노동력 부족이 아니다. 관광산업은 전 세계 GDP의 10%를 차지하고, 고용 측면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을 품은 산업 중 하나다. 그만큼 인재 공백은 경제와 문화 전반의 균열로 이어진다. 팬데믹 이후 수요는 회복했지만, 산업은 아직 사람을 되찾지 못했다. 중국은 내국인 교육에, 인도는 해외 취업 훈련에, 유럽은 재교육 정책에 집중하며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중국 - 거대한 시장, 인재의 공백 중국은 세계 최대 관광 소비국이지만, 호텔·항공·여행 서비스 전 분야에서 인력 공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WTTC에 따르면 중국의 관광 종사자 수는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청년층의 산업 진입률은 2019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 이에 중
[뉴스트래블=김남기 기자] 충북 제천이 10월 단풍 절정기를 맞아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최근 폐막한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에 이어 단풍과 역사·문화 관광지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천의 대표 단풍 명소는 의림지, 금수산, 옥순봉 출렁다리, 배론성지 등 4곳이다.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국내 최고(最古)의 관개용 저수지로, 가을이면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수면에 비쳐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소나무 산책로를 따라 호수를 도는 산책 코스가 인기다. 금수산은 가을이면 산 전체가 오색 단풍으로 물든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찾으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와 제천 시가지 전경이 절경으로 꼽힌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청풍호 위에 놓인 길이 222m, 폭 1.5m의 다리로, 단풍과 물빛이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다. 다리 건너편에는 408m 생태탐방 데크가 이어져 트래킹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배론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이자 천주교 박해 시기 신앙의 중심지로, 단풍 속에 자리한 성당과 문화유산이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제천시는 청풍명월의 본향으로 불리며, 자연경관과 웰니스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 대부도에서 서남쪽으로 뱃길 24km를 더 들어가면 서해의 외딴섬 풍도(豊島)에 닿는다. 섬 면적 1.84㎢, 해안선 길이 5.5㎞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이곳은 대한민국 야생화 탐사의 '성지(聖地)'이자, 뼈아픈 역사가 새겨진 '시간의 박물관'이다. 오직 풍도에서만 자생하는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이 이른 봄 대지를 뚫고 피어나 섬을 뒤덮는 경이로움은, 풍요롭지 못한 섬의 지리적 숙명을 역설하는 K-자연 미스터리다. 청일전쟁의 서막이 올랐던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에서 피어나는 눈부신 꽃잎들, 풍도가 간직한 과거와 현재의 비화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 프롤로그: '단풍'에서 '풍요'로 바뀐 이름의 슬픈 비화 풍도의 지명은 그 자체로 역사의 굴곡을 담고 있는 첫 번째 비화다. 과거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풍도는 단풍나무가 아름답다고 하여 단풍나무 풍(楓)자를 쓴 '풍도(楓島)'로 불렸다. 가을이면 이곳을 지나는 뱃사람들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단풍을 보고 위치를 가늠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1894년, 풍도 앞바다에서 청일전쟁의 첫 포성이 울렸다. 일본이 이 해전에서 승리한 후, 1914년 행정구역 개편을 거치며 섬의 이름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최근 SNS에서는 ‘짧은 해외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콘텐츠를 보면, 48시간 완성 여행이라는 개념이 인기다. 주말만 투자해도 해외에서 핵심 체험을 즐기고, 사진과 영상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와 직장인 사이에서 주목받는다. 홍콩 – 쇼핑과 미식, 도심 속 48시간홍콩은 단거리 비행으로 접근성이 뛰어나 주말 해외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SNS에서는 빅토리아 피크에서 야경을 배경으로 한 사진과 소호 거리 맛집 체험 영상이 자주 올라온다. 좁은 도심에서 이동 거리가 짧아, 단 2일 동안에도 트램 투어, 딤섬 맛집, 스타페리 야경까지 ‘인생샷과 미식 경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매력이다. 타이페이 – 문화와 힐링의 단기 여행타이페이는 단기간 여행에서 편리함과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한다. SNS에서 떠오르는 ‘48시간 타이페이’ 콘텐츠를 보면, 시먼딩에서의 쇼핑, 스린 야시장에서의 길거리 음식 체험, 양명산 온천과 짧은 하이킹까지 효율적인 일정이 인기다.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교통 수단과 저렴한 식사 옵션이 있어 주말만으로도 풍부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뉴스트래블=손현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3일 통영 금호마리나리조트에서 ‘2025 대한민국 야간관광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소도시의 밤을 밝히다, 야간관광이 여는 지역발전의 새로운 빛’을 주제로, 전국 야간관광 특화도시 10곳의 성과 공유와 지속가능한 관광 활성화 방안 논의를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지자체 관계자와 업계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일본 슈큐도쿠대 치바치에코 교수는 일본 소도시의 야간경제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엄상용 박사와 정란수 대표가 각각 소상공인 중심의 콘텐츠 개발 전략과 지속가능한 야간관광 생태계 조성 과제를 발표했다. 한편,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인 통영시는 이날 야간관광명예도시 선포식을 열고, 강구안 일대 야간 경관조성 및 해상무대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했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서울관광재단은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의 가을을 주제로 한 온·오프라인 통합 이벤트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서울 관광 공식 플랫폼 ‘비짓서울(Visit Seoul)’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시민·관광객 참여 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온라인 이벤트 ‘폴 인 서울(Fall in Seoul)’은 비짓서울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며, 경복궁·남산공원 등 서울 명소를 주제로 한 이상형 월드컵 형식의 콘텐츠로 구성된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번체) 등 5개 언어로 제공되며, 참여자 중 추첨을 통해 아이패드 에어, 보스 헤드폰 등 경품이 증정된다. 오프라인 이벤트 ‘서울투어마불(Seoul Tour Marble)’은 24일과 25일 양일간 하이커그라운드 야외 공간에서 열리며, 주사위를 던져 서울 명소를 방문하는 게임형 체험 프로그램이다. 하루 7회 운영되며, 비짓서울 안내존과 포토존 등 현장 체험 공간도 마련된다.
[뉴스트래블=편집국] 가을이 깊어질수록 여행 수요는 다양해지고 있다. 빠른 일상 속 휴식과 색다른 경험을 동시에 찾는 여행자들을 위해 '뉴스트래블'이 2025년 가을 주목할 여행 키워드 5가지를 선정했다. 올가을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 키워드들이 제공하는 경험과 가치를 참고할 만하다. Ⅰ. 슬로우 아일랜드(Slow Island)빠른 일상을 벗어나 한적한 섬에서 여유와 자연을 즐기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와 거제, 여수처럼 관광객이 비교적 적은 섬에서 현지 문화와 풍경을 체험하며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고, 해외에서도 일본 이즈시마나 대만 펑후처럼 작은 섬에서 걷고 사색하며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 속에서 깊이 있는 경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매력이다. Ⅱ. AI 여행 코디(AI Travel Concierge)인공지능 기반 여행 코디 서비스는 항공권과 숙소, 일정, 맛집까지 개인 취향에 맞춰 최적화된 여행 계획을 제공한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국내 도시는 물론 싱가포르와 방콕, 홍콩과 같은 해외 도시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짧은 휴가 동안 효율적인 일정과 만족도 높은 체험을 동시에 누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사건이 잇따르며 여행심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제 동남아는 겁난다”, “조금 비싸도 안전한 곳으로 가겠다.” SNS에 올라온 짧은 문장들은 여행자들의 달라진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21일 전국 성인 504명 중 68.5%가 ‘동남아 여행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여행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한때 동남아는 ‘가성비 천국’이었다. 저렴한 항공권, 풍부한 음식, 따뜻한 날씨가 여행을 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그 익숙한 공식은 깨졌다. 주요 여행사에서는 캄보디아·필리핀 예약이 줄고, 일본과 대만 문의가 늘었다. 가격보다 신뢰, 거리보다 안정감이 선택의 기준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대신 방향을 바꾼다. 불안한 곳을 피하면서도 여행 욕망을 유지하기 위해, 더 가까운 곳, 더 예측 가능한 환경을 택한다. 이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남은 여행 본능의 현실적 조정이다. 팬데믹 이후 우리는 ‘자유롭게 나가는 것’보다 ‘안심하고 돌아오는 것’을 더 중시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그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