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세상에는 수많은 여행지가 있고, 그곳에서 맛보는 음식만큼 강렬한 경험도 드물다. 달콤한 디저트에 감탄하고, 낯선 향에 머뭇거리기도 하는 여행자에게, 음식은 그 나라를 이해하는 작은 창이 된다. 연재 '한입의 세계’에서는 세계 각국의 독특한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역사, 문화, 생존 전략을 유쾌하고 경쾌하게 풀어낸다. 첫 번째 한입, 북극의 한 나라 아이슬란드로 떠나보자. 아이슬란드의 드넓은 빙하와 차가운 바람은 단지 풍경만 만들어내지 않았다. 바로 ‘하카를(Hákarl)’, 발효 상어라는 미식 모험을 탄생시켰다. 이름만 들어도 코가 찡하지만, 현지인에게 하카를은 겨울을 버티게 하는 생존식이자 세대를 이어온 전통의 맛이다. 처음 한 입을 베어물면, 북극의 혹독한 추위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수백 년간 이어진 생존의 지혜가 동시에 입안에서 폭발한다. 냄새에 잠시 움찔하다가도, 맛과 질감이 전하는 이야기 앞에서 여행자는 금세 매료된다. 하카를은 단순한 ‘이색 음식’이 아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옛날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상어를 땅에 묻거나 바람에 말려 독을 제거했다. 상어 고기에는 독이 있는데, 발효 과정으로만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슬로베니아=뉴스트래블) 차우선 기자 = 슬로베니아 북서부, 율리안 알프스 자락에 자리한 작은 마을 블레드. 그곳엔 천 년의 역사를 품은 블레드 성(Bled Castle)이 절벽 위에 우뚝 서 있고, 그 아래엔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블레드 호수(Bled Lake)가 고요히 펼쳐져 있다. 이 풍경을 처음 마주한 순간, 그저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움직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도 자연은 쉼 없이 나를 흔들었다. 블레드 성에 오르며 가파른 길을 따라 걷는 동안, 호수는 점점 더 넓게 펼쳐졌다. 성의 테라스에 도착했을 때, 눈앞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 그 위의 교회 그리고 멀리 이어진 줄리안 알프스의 능선. 숙소로 돌아와도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성에서 내려와 숙소에 들어서자, 창밖의 풍경이 다시 나를 붙잡았다. 창 너머로 보이는 호수와 성의 실루엣 그리고 그 위로 흐르는 시간의 빛. 아침엔 안개 낀 능선이 창을 가득 채웠고, 오후엔 햇살이 강물 위를 반짝이며 조용한 음악처럼 흘렀다. 저녁엔 노을이 성벽을 붉게 물들이고, 밤엔 멀리서 보이는 불빛 하나가 이 공간을 외롭지 않게 만들었다. “움직임이 멈췄지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메콩강을 따라 흐르는 느린 시간, 황금빛 사원이 도시의 윤곽을 대신하는 풍경. 라오스는 동남아에서도 가장 조용한 나라로 불린다. 격렬한 개발과 관광 경쟁에서 한발 비켜선 이 땅은 여전히 ‘고요함’을 자산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 평온한 표면 아래에는 여행자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불안정한 치안 현실과 제도적 한계가 공존한다. 라오스는 한국보다 2시간 느린 시간을 사용하며, 통화는 라오스 킵(LAK)이다. 비엔티안과 루앙프라방 등 주요 도시에서는 태국 바트나 미국 달러가 함께 통용되지만, 소액 결제는 현금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카드 사용은 제한적이며, ATM 접근성도 지역별 편차가 크다. 치안과 안전 상황라오스는 전쟁이나 테러 위험이 낮은 국가로 분류되지만, 치안이 안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강력 범죄는 드물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치기와 절도, 오토바이 날치기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야간 시간대, 조명이 부족한 거리나 강변 주변에서는 범죄 위험이 높아진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비엔티안 시내와 루앙프라방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숙소 주변이라 해도 늦은 밤 단독 보행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력은 제한적이며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관광산업의 인공지능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달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데이터가 부족하다. 기업 간 데이터의 단절, 공공데이터의 표준화 부재, 개인정보 규제의 불명확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기술이 아닌 데이터, 그리고 데이터가 흘러갈 생태계가 지금 관광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산업 분야 인공지능 도입 지원 방향 연구’는 관광기업들이 AI 도입 과정에서 직면한 핵심 애로사항으로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관리의 어려움”을 꼽았다. 연구에 참여한 국내 주요 관광기업들은 공통적으로 “AI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치 않거나, 데이터의 품질이 낮아 활용 효율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대기업은 자체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수기로 입력된 고객 정보, 불완전한 예약 통계, 포맷이 제각각인 이미지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AI는 학습의 기반을 잃는다. 머신러닝이나 생성형 AI 모델이 고도화되려면 대규모의 구조화된 데이터셋이 필요하지만, 관광 현장의 데이터는 파편화되어 있다. 예
(베트남=뉴스트래블) 박민영 기자 = 새벽 5시 10분.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고작 다섯 시간 남짓한 잠이었지만, 머리는 뜻밖에 맑았다. 서둘러 아침 준비를 마친 뒤, 어제 사둔 반미와 과일로 간단히 속을 채웠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란하베이에서의 선상 투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자 열 명 남짓의 외국인 여행객들이 서로 다른 언어와 표정을 안고 자리를 채웠다. 국적도, 나이도 제각각이었지만, 배가 선착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 모든 차이는 바다 앞에서 무의미해졌다. 흐리던 하늘은 어느새 맑게 개었고, 유람선과 카르스트 지형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바다와 섬이 빚어낸 장대한 풍광 앞에서는 누구나 그저 순수한 관찰자가 될 뿐이었다. ◇ 배 위에서 만난 자연의 위대함 배가 출발하자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탄을 표현했다. 누군가는 혼잣말로 감정을 흘렸고, 또 다른 이는 일행과 감탄사를 주고받으며 풍경을 나눴다. 대부분은 카메라를 들었지만, 나는 그 순간을 내 눈에 온전히 담기로 했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는 마치 탐험선을 떠올리게 했고, 오랜 기다림은 어느새 벅찬 충만함으로 바뀌었다. 베트남 북부, 하롱베
[뉴스트래블=관리자 기자] 이스라엘관광청은 이스라엘 국적기 엘알(EL AL) 이스라엘 항공이 인천공항 신규취항을 앞두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엘알 항공은 지난 8일 공식 발표를 통해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노선 확장을 진행, 사상 최대 규모의 노선망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이번 확장에는 베트남 하노이, 한국 서울, 필리핀 마닐라 등 장거리 직항편을 포함해 향후 1년간 9개 신규 노선이 개설된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을 오가는 직항 노선은 60여 개 목적지로 확대되며, 매주 약 900편의 항공편이 전 세계로 운항될 예정이다. 서울행 노선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를 투입해 이코노미, 프리미엄, 비즈니스 3개 좌석 등급을 제공하며, 주 3회 직항편으로 운항된다. 항공권 판매는 오는 5월부터 시작되며 실제 운항은 2027년 3월부터 진행된다. 하노이행 항공권은 이미 판매가 시작됐으며, 왕복 899달러부터 예약 가능하다. 마닐라행 항공권은 추후 판매 계획이 공개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이스라엘 운수권은 양국 각각 주 3회로 배분돼 있어, 대한항공의 인천-텔아비브 노선 복항과 엘알 항공의 신규취항이 동시에 이루어질 경우 한국인 여행객들은 보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APEC 2025 개최지가 경주로 확정된 뒤, 이 도시는 조용한 신라의 고도에서 일약 국제적 관심지로 뛰어올랐다. 한국관광공사가 글로벌 소셜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APEC 관련 키워드와 함께 언급된 ‘경주 관광지’는 전년 동월 대비 2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APEC 효과다. 행사 일정이 본격화되던 시점부터 해외 22개국의 SNS·검색엔진·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주의 주요 명소가 연이어 회자됐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별 관심 패턴이 달랐다는 것이다. 어떤 국가는 전통 유산을 중심으로 반응했지만, 또 다른 국가는 K-콘텐츠 소비 흐름이 결합된 장소를 더 많이 언급했다. 데이터는 경주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APEC이라는 국제 이벤트를 통해 다층적인 이미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APEC 기간 경주에서 어떤 여행지를 가장 많이 주목했을까. 소셜데이터에 드러난 ‘TOP3’는 다음과 같다. 1위. 불국사 경주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불국사는 APEC 기간 동안 해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관광지였다. 일본·싱가포르·프랑스 등 다수 국가에서 불국사 관련 게시물이 꾸준히 증가했고, 일본에서는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새벽 3시 50분. 어둠은 여전히 무겁게 깔려 있었지만, 눈은 이미 깨어 있었다. 네 시간 남짓한 짧은 잠이었건만, 피곤함보다 긴장감이 앞섰다. 여행의 마지막 날. 어쩌면 이 하루가 전체 여정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일지도 모른다. ◇ 깟바섬의 아침, 빛을 향한 발걸음오토바이를 몰아 캐논 포트로 향했다. 어제 놓친 일출이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고, 간신히 오른 정상에서는 젊은 병사의 단호한 손짓이 기다리고 있었다. 군사보호구역이라 출입은 불가능하단다.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려 깟꼬 비치로 내려갔다. 이른 아침의 해변은 이미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산책로 위로 번져오는 햇살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물결 위에서 반짝였다.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장엄한 순간을 붙잡을 수 있었을까. 그러나 아쉬움조차도 아침의 바람과 뒤섞여 묘한 위안을 남겼다. 다시 오른 캐논 포트는 이번에는 문이 열려 있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탁 트였으나, 빛바랜 벙커와 흩어진 쓰레기들이 그 세월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기대했던 화려함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황량함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 시장에서 만난 소란의 풍경아침
(오사카=뉴스트래블) 정국환 기자 = 도톤보리강은 일본 오사카의 대표 관광지다. 이 강을 따라 유람하는 크루즈는 여행객들에게 낭만을 선물한다. 약 20분간 9개의 다리를 지나며, 글리코상, 이치란 라멘, 돈키호테 등 명소를 스쳐지나간다. 강 주변에 펼쳐진 수많은 음식점과 쇼핑센타는 여행객들을 불러들여 순식간에 이 지역을 인산인해로 만든다. 날씨가 좋은면 좋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그리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운치와 낭만을 더한다. 도톤보리 강투어는 리버크루즈와 원더크루즈를 이용하면 된다. 승선 위치만 다를 뿐 투어로 맛과 묘미는 비슷하다. 도톤보리에서의 낭만이 깃든 추억을 남기기엔 크루즈만한 것이 없다.
[뉴스트래블=정연비 기자] 요즘 현대인의 혀는 맵고 짜고 달디단 맛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 강한 맛이 반복되면서 미각은 지쳐가고 몸은 피로를 호소한다. 이제는 혀끝의 쾌락이 아니라 몸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회복을 불러오는 맛이 필요하다. 그 해답은 완주 봉동에서 찾았다. 천년을 견뎌온 봉동 생강이 그 출발점이다. 봉동 생강은 일반 생강보다 진저롤(Gingerol) 함량이 높아 매운 향이 선명하다. 이 알싸한 성분은 체내 대사를 자극하며 무뎌진 미각을 다시 깨운다. 떡볶이나 마라, 단 음료에 길들여진 감각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자연스러운 작용이다. 특히 생강 특유의 열감은 순환을 돕고 몸의 리듬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 최근 ‘미각 리셋’을 원하는 여행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완주로 향한 이유도 바로 이 미각 회복의 여정 때문이다 미각을 되찾는 길, 완주 생강 로드 천년의 생강 역사는 완주에서 시작됐다. 봉동읍은 한국 생강의 시배지로 기록돼 있으며, 가을이면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생강줄기가 고개를 내민 밭을 따라 걷다 보면 흙의 온기와 농부의 시간이 한 장의 농경화처럼 펼쳐진다. 굵고 단단한 뿌리가 땅속에서 천천히 시간을 품어온 풍경은 그 자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