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10월 초, 중국의 국경절과 중추절이 겹친 8일간의 연휴 동안 8억 명이 넘는 중국인이 여행길에 올랐다. 이 거대한 이동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중국 관광산업의 회복을 넘어, 소비력과 인프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대이동 경제’의 실체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국은 이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시 중국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중국 여행객의 절반 이상이 4시간 이내 비행거리를 선호하면서, 한국은 일본·태국과 함께 ‘근거리 여행 3대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씨트립과 페이주 등 주요 OTA가 발표한 인기 여행지 순위에서도 한국은 상위권에 올랐다. 이는 분명한 기회다. 상하이–제주, 베이징–부산 노선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탑승률을 회복했다. 그러나 단순한 거리의 이점만으로는 부족하다. 항공 노선 확충과 지방 관광자원의 다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은 ‘가까운 나라’에서 ‘가고 싶은 나라’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번 연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Z세대의 부상이다. 20~30대 청년층이 여행 소비를 주도했고, 대학생 항공권 예약은 전년 대비 63%, 국제선 예약은 110% 증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곳이야?” 김나연(31) 씨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유명 뷰포인트에서 그 말을 삼켰다. 붉은 지붕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 자리. 수많은 여행 블로그와 영상이 ‘꼭 가봐야 할 포토존’이라 소개한 명소였다. 별점 4.8, 수백 개의 후기, 드론으로 담긴 풍경 - 그 모든 찬사만큼, 사람도 많았다. “풍경은 멋있었어요. 근데 다들 사진 찍으려고 줄 서 있고, 드론이 머리 위로 세 대나 날아다녔어요. 감탄보다 ‘밀려서 서 있는 기분’이 더 컸죠.” 그녀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풍경이 아닌 풍경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됐다. 그리고 이내, 붐비는 길을 내려왔다. 방향을 틀었을 뿐인데, 풍경이 달라졌다돌아오는 길, 그녀는 발길을 옆으로 돌렸다. 지도엔 ‘인기 카페’가 떠 있었지만 이번엔 굳이 다른 길로 들어섰다. 낙엽이 깔린 돌길, 담장은 오래된 회색빛이었다. 그리고 입구도 제대로 없는 작은 문 앞에 화분 네 개와 종이 간판이 놓여 있었다. “커피 말고도 괜찮은 하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 문장에 이끌려 문을 열자, 안에는 책과 레코드, 오래된 소파가 뒤섞인 낡은 공간이 있었다. 노인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중동이 이제 석유 대신 관광으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이 탈석유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관광산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 관광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VisitKorea DataLab)이 공개한 ‘(GCC 및 북부 중동지역) 2025년 10월 관광시장 동향(1차)’에 따르면, GCC 지역 관광산업이 2024년에 창출한 국내총생산(GDP)은 약 2,471억 달러로, 2019년 대비 31.9%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지역 중 하나로,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3천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며 GCC 내 최대 관광시장으로 부상했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의 핵심 축으로 관광산업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석유 수익에 의존하던 경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초대형 관광 복합도시 네옴시티와 알울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장하고,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Agoda)와 협력해 장기 디지털 캠페인 ‘스펙태큘러 사우디(Spectacular Saudi)’를 전개하고 있다. 양측은 2029년까지 한국·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국내 관광 소비의 무게 중심이 ‘명품’에서 ‘기념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관광레저소비지출동향(2025년 7월)’에 따르면, 관광기념품 판매업 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7.4% 상승한 반면 면세점은 5.7% 하락했다. 여행지에서의 소비가 고가 수입품보다 지역 감성과 체험을 담은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관광레저소비지수는 117.6으로 지난해보다 3.8% 줄었지만, 관광기념품·유원시설·음식점업·카지노업 등은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관광기념품 지수(134.6)는 외국인 관광소비지수(192.2)와 함께 상승해, 외국인 관광객이 지역 상품을 적극 구매하는 추세로 이어졌다. 서울 인사동, 전주 한옥마을, 부산 전포동 등 주요 관광지에서는 지역 공방과 로컬숍의 매출이 회복세를 넘어 호황세를 나타내고 있다. 단순한 열쇠고리나 엽서 대신 지역 스토리를 담은 공예품, 한정판 디자인 굿즈, 협업 브랜드 제품이 여행객의 ‘기억’을 대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기억 중심 소비’로 정의한다.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그 경험의 흔적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해외여행 목적지가 지난 20년간 아시아 중심에서 유럽과 중동으로 확장됐다. 2004년부터 2025년까지의 '국민 해외관광객 주요 목적지별 통계'(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이 절대 강세를 보이던 초기 흐름은 팬데믹과 국제정세 변화를 거치며 다변화됐다. 2004년 기준 한국인 출국자 수는 약 1000만 명으로, 일본·중국·미국이 3대 인기 목적지였다. 당시 일본은 전체의 약 35%, 중국은 28%를 차지하며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반면 유럽과 중동은 전체의 10% 미만에 머물렀다. 2010년대 들어 저가항공(LCC)의 확산과 환율 안정으로 동남아 시장이 급성장했다. 2015년에는 태국, 베트남, 필리핀이 모두 Top10에 진입했고, 일본과 중국 비중은 각각 25%·20%대로 하락했다. 같은 시기 유럽은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체 출국자 수는 2019년 2870만 명에서 2020년 420만 명으로 급감했다(한국관광공사). 이 시기를 기점으로 여행 행태는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게’로 바뀌었으며, 팬데믹 이후엔 ‘새로운 지역 탐색’으로 이
[인천 섬 특집–프롤로그] 서해의 보물, 인천 섬 여행으로 떠나다 부제 : 서해의 보물섬, 인천으로 떠나는 자연과 역사의 여행 인천 섬 특집① 모래와 바람이 머무는 곳, 덕적도 부제 : 자연의 품에서 느끼는 평화와 자유 인천 섬 특집② 서해 최북단, 바람과 시간의 섬 – 백령도 부제 : 신비한 풍경과 역사의 숨결이 깃든 곳 인천 섬 특집③ 도심에서 가까운 바다, 무의도에서 느끼는 휴식 부제 : 도심 속 오아시스, 자연과 만나는 순간 인천 섬 특집④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섬, 교동도 부제 : 역사가 전하는 오래된 이야기의 향기 인천 섬 특집⑤ 갯벌과 전통 어촌이 살아있는 섬, 자월도 부제 : 자연과 함께하는 전통의 시간 인천 섬 특집⑥ 해양 레저와 풍광이 조화를 이루는 섬, 영흥도 부제 : 모험과 아름다움의 만남, 활기찬 섬 여행 인천 섬 특집⑦ 힐링과 자연 산책, 장봉도에서 만나는 서해의 여유 부제 : 잔잔한 바다와 함께하는 마음 치유의 시간 인천 섬 특집⑧ 작은 섬, 큰 자연의 매력 – 소청도 부제 : 작은 땅에 담긴 무한한 자연의 이야기 인천 섬 특집⑨ 덕적도 부속 섬 – 작은 섬이 전하는 특별한 서해의 경험 부제 : 섬 속 작은 세계, 특별한 인
(김포=뉴스트래블) 차우선 기자 =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의 야간 개장을 매월 1회에서 매주 1회로 확대 운영한다. 오는 9일부터 9월 28일까지 약 2개월간 매주 연장 운영하며, 8월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9월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운영된다. 또한, 연장 운영기간 동안 셔틀버스도 마감시까지 연장 운행된다. 애기봉 내 입점한 스타벅스 카페도 퇴장 시간을 고려해 8월은 오후 6시 30분, 9월은 5시 30분까지 운영된다. 한편, 한시적 연장 운영과 별개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애기봉 특별문화행사가 예정돼 있다. 행사일에는 퇴장 마감 시간이 오후 8시까지로 조정된다.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모로코의 오래된 시장, 수크의 한가운데를 걷다 보면 익숙한 바비큐 냄새와는 결이 다른, 깊고 뜨거운 향이 코끝을 파고든다. 연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다름 아닌 ‘양 머리’. 불길 위에서 천천히 돌아가며 구워지는 이 머리는 마그레브 지역에서 오랫동안 축제의 상징이자 환대의 음식이었다. 라마단과 제례, 가족 모임 등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이 요리는, 고기 한 점의 맛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관습을 담고 있다. 여행자는 처음엔 놀라지만, 한입 들어가면 의외의 섬세함과 달콤한 지방의 감칠맛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생김새가 주는 부담을 건너뛰면, 이 요리는 사막의 지혜와 시간을 품은 ‘생존의 조리법’이자 ‘축제의 미식’이다. 양 머리 구이는 모로코가 가진 강렬함을 한 입의 이야기로 풀어주는 음식이다. 모로코에서 양 머리 구이, 즉 ‘부지르(Bouzhir)’ 또는 지역에 따라 ‘메쉬위(Mechoui)’로 부르는 이 요리는 단순한 구이를 넘어 한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북아프리카 유목민들은 도축이 흔치 않았던 시절, 한 마리를 잡으면 버릴 곳 없이 모든 부위를 조리해 먹었다. 머리는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부위였지만, 지방과 젤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포르투갈 포르투. 유럽 여행의 마지막 도시였다. 최민아(33) 씨는 그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날까진 완벽했다. 케이블카, 와이너리 투어, 서점, 타일 골목, 에그타르트 가게. ‘이 도시의 핵심’을 다 채운 일정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 아침,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이미 햇살은 방 안으로 깊게 들어와 있었다. 조식당에서 커피를 천천히 세 잔 마시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누웠다. 지도 앱을 켜봤다가 닫았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창밖을 봤다. 점심은 생략했고, 오후엔 숙소 근처 공원에 나가 벤치에 앉았다. 그게 하루의 전부였다. “이상했어요.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여행 같았어요.” 민아 씨는 말했다.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멍하니 있음’의 기술그날 그녀는 어떤 장소에도 ‘입장’하지 않았다. 대신 풍경이 스스로 다가왔다. 공원을 산책하던 노부부, 유모차를 밀던 아빠, 바닥의 그림자를 밟으며 뛰던 아이. 그들은 관광객이 아닌, 그 도시의 시간이었다. “지금도 포르투를 떠올리면, 뭘 봤는지는 기억 안 나요. 대신 벤치에 앉아있던 감각은 또렷해요. 옆에서 눌러오던
[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AI가 여행을 설계하는 시대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숙소가 좋을지, 심지어 어느 순간에 감동을 느낄지도 이제 알고리즘이 제안한다. 수백만 명의 데이터가 쌓이고, 감정 패턴이 분석되며, 우리의 ‘취향’은 수치로 정리된다. 그 덕분에 여행은 점점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 완벽할수록 감정이 사라진다. WTTC(세계여행관광협회)의 2025년 보고서 「The Future of Work in Travel & Tourism」는 AI가 관광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결정적 도구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동시에 보고서는 조용히 한 문장을 남겼다. “기술은 감정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다.” 바로 그 지점에서, 여행의 본질이 흔들린다. 호텔 프런트의 미소가 AI의 알고리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따뜻함은 여전히 ‘인간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크루즈사우디의 고객응대 시스템은 승객의 얼굴 표정을 읽어 감정을 분류하고, 구글의 추천 엔진은 사용자의 심리 상태에 맞는 여행지와 음악을 동시에 제안한다. 모든 것이 개인화되지만, 이상하게 모든 경험이 비슷해진다. 예상된 감동은 감동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