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도시의 이름은 문명만큼이나 자연을 닮는다. 얼음과 불, 바람과 모래, 이 모든 요소가 인간의 삶을 바꾸고 그 흔적을 이름 속에 새겨왔다. 북극권의 끝에서 태양을 기다리는 도시 레이캬비크와, 사하라의 문턱에서 불빛을 품은 마라케시는 서로 닮지 않은 듯하지만, 둘 다 자연과 인간의 타협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 두 도시는 극과 극의 풍경 속에서 ‘공존의 의미’를 묻는다.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문명의 중심에서 벗어나 자연의 본질에 다가서는 순간이 있다. 인간이 만든 도시가 아니라, 자연이 허락한 공간. 불과 얼음, 모래와 바람이 만들어낸 두 세계의 이름 속에는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이 함께 녹아 있다. ◇ 레이캬비크, 불과 얼음이 빚은 이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ík)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만(灣)’을 뜻한다. 9세기경 노르웨이에서 건너온 바이킹 인그올프 아르나르손이 이 땅에 도착했을 때,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증기를 보고 이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땅. 활화산과 빙하, 용암대지와 온천이 얽혀 있는 이곳에서 ‘연기’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생존의 상징이었다. 도시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한다
▲ 사진/영상=시민 제공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과 군포 사이에 자리한 반월호수는 원래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산책로를 따라 걷는 시민들, 자전거를 타는 가족, 커피 한 잔 들고 호수를 바라보는 연인들로 북적인다. ‘반월(半月)’이라는 이름에는 작은 전설이 있다. 댐이 완공되던 밤, 호수 위로 반달이 떠올라 “달이 반쯤 걸쳐 앉았다”는 어르신의 말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다. 이후 반월호수는 ‘달빛이 예쁜 호수’, ‘사랑이 이루어지는 호수’로 불리며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요즘 반월호수는 감성 여행지로 변신 중이다. 호수 둘레길은 걷기 좋게 정비됐고, 곳곳에 포토존과 수상 카페가 들어섰다. 석양이 질 무렵, 호수 위로 반사되는 주황빛 노을은 카메라를 들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다. 야간 조명도 새로 설치돼, 저녁 산책이나 커플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는 거리. 멀리 가지 않아도 달빛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 산업의 도시 안산 속 숨은 보석, 반월호수가 조용히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대만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남짓 떨어져 있지만, 기후와 문화, 생활 양식은 의외로 다채롭다. 최근 ‘한 달 살기’ 트렌드 속에서 대만이 꾸준히 주목받는 이유는 안정적인 사회 기반과 합리적인 물가, 그리고 외국인에게도 개방적인 생활 환경 덕분이다. 타이베이는 단기 체류자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도시다. 수도로서 행정·교통 중심 기능이 집약돼 있고, 영어 안내가 잘 돼 있어 첫 방문자도 비교적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Numbeo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타이베이의 생활비는 서울보다 약 20~30% 저렴하며, 1인 기준 월평균 생활비는 약 850달러 수준으로 집계된다. 월세를 포함해도 대체로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한다. 안전 지수 역시 높은 편이다. Numbeo의 범죄·치안 지표에서 타이베이는 아시아 주요 도시 중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야간에 혼자 걷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가 많고, 치안 유지와 공공질서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다. 치안 측면만 놓고 보면, 대만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안심되는 도시군’으로 꼽힌다. 의료 접근성도 큰 장점이다. 대만의 공공의료 제도인 ‘국민건강보험(NHI)’은 보편적 단일지불체계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관광 선진국들이 '지속가능성'이라는 명제를 최우선 가치로 내걸면서 대량 관광(Mass Tourism)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전략은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분산 전략을 통해 지역과 환경을 보호하며 관광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5년 9월 발간한 '한국관광정책' 101호에 따르면, UN Tourism, OECD 등 국제기구의 논의 확대에 발맞춰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국은 2030년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관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선진적 전략은 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포용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이 글로벌 관광의 미래 기준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 스페인 : '오버투어리즘' 해소와 스마트 관광의 결합 스페인은 2030년까지 관광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면서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지속가능 관광 전략 2030'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해안가와 주요 도시에 집중된 '과잉 관광(Overtourism)' 문제 해소다. 관광 분산과 지역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스페인은 관광객의 흐름을 내륙과 농촌, 비전통적인 지역으로 분
[뉴스트래블=편집국] 캄보디아에서 한국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22세의 젊은이는 해외 취업의 꿈을 안고 떠났지만, 납치와 폭행 끝에 생을 마감했다. 현지 경찰은 중국 국적 용의자 3명을 체포하고 ‘살인 및 기술을 이용한 사기’ 혐의로 기소했으며, 한국 외교부는 캄보디아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사건 발생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번 사건이 드러낸 구조적 위험을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불운이나 단발적 범죄가 아니다. 청년층을 겨냥한 해외 취업 사기, 인신매매형 노동 유인, 국가 간 법집행의 사각지대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다. 피해자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불확실한 취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 꿈은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됐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는 캄포트주 보코르산 인근에서 폭행 흔적이 남은 채 발견됐다. 가족에게는 “아들이 구금됐다. 돈을 보내면 풀어주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현지 당국은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로 발표했지만, 고문과 폭행 정황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단순한 치안 문제를 넘어선 국제 범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포르투갈이 한국인에게 '한 달 살기' 최적지로 떠오른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데이터와 장기 체류자 경험을 종합하면, 저렴한 생활비와 안정적인 치안, 온화한 기후, 느긋한 생활 리듬이라는 조건이 이상적으로 맞물린 국가다. 특히 유럽 내 주요 도시들과 비교할 때, 비용 대비 삶의 질이 뛰어나며 장기 체류에 필요한 기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Numbeo 기준으로 리스본의 생활비 지수는 서울 대비 약 67% 수준이며, 포르투는 이보다 약 10% 더 저렴하다. 월 임대료는 원룸 기준 400~600유로, 대중교통 월 정기권은 40~50유로 정도로 합리적이다. 식비 역시 외식 기준 한 끼 7~10유로 수준이며, 현지 마켓과 슈퍼마켓에서의 식료품 비용은 더욱 낮다. 이처럼 경제적 부담이 적은 점은 장기 체류를 고려하는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안전 측면에서도 포르투갈은 유럽 내 상위권 국가다. 글로벌 피스 인덱스(GPI)에서 꾸준히 ‘가장 안전한 10개국’ 안에 이름을 올리며, 주요 도시의 범죄율도 낮다. 리스본과 포르투의 장기 체류자 커뮤니티에 따르면, 밤늦게 외출하거나 혼자 걷는 경우에도 큰 문제를 경험한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푸른 바다와 열대 우림, 운하 도시의 생기가 여행자를 매혹하는 파나마. 파나마 운하와 산 블라스(‘샌 블라스’) 제도, 카스코 비에호의 골목들 -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풍경이 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시위, 폭력, 사회적 불안이 도사린다. 파나마의 미소만 믿고 떠나면, 현실의 균열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파나마는 한국보다 약 14시간 느리며, 통화는 달러(USD)와 발볼바(Panamanian Balboa)가 통용된다. 스페인어가 공용어이고, 영어는 관광지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전압·전력은 지역에 따라 안정적이지만 계절적 폭우와 자연재해 가능성 고려가 필요하다. ◇ 치안과 안전 상황 파나마는 중미 국가 중 나쁘지 않은 평판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범죄율과 폭력 수준이 올라가는 징후가 있다. 2024년에 살인 사건이 전년보다 약 4.4퍼센트 증가해 581건을 기록했으며, 인구 10만 명당 약 13건 수준이다. 살인 사건의 절반 이상이 파나마 수도권과 콜론 주에서 발생했다. 성범죄와 가정 폭력 신고 건수도 증가 추세에 있다. 2024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약 3692건의 성 관련 범죄가 보고됐고, 피해자는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데스 산맥과 열대우림, 카리브 바다의 해안선이 공존하는 땅, 콜롬비아. 보고타의 안개 자욱한 거리, 카르타헤나의 색채, 파촐차나 커피계곡의 숨소리까지 - 여행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모든 것이 이곳에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선 폭력, 마약 조직, 사회 불안이라는 음울한 현실이 속삭인다. 콜롬비아는 경계 없는 여행자에게 그 풍경보다 상처를 먼저 보여줄 수 있는 나라다. 콜롬비아는 한국보다 14시간 느리며, 통화는 콜롬비아 페소(COP)를 사용한다. 스페인어 사용이 일반적이고, 영어는 일부 관광지에서 통할 수 있다. 전력은 대부분 지역에서 110V 또는 120V / 60Hz 체계를 사용하며, 고지대나 외진 지역에서는 전력 공급이 가끔 불안정할 수 있다. ◇ 치안과 안전 상황콜롬비아 전역에 걸쳐 ‘높은 수준의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여러 국가의 여행경보가 ‘Exercise a High Degree of Caution’을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북부 및 동부 국경지대, 코카, 카우), 누에베 데 산탄데르의 Catatumbo 지역 등은 여행 자제로 권고되는 구역이다. 2024년 콜롬비아의 살인률은 인구 10만 명당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태평양의 해안과 정글, 산호초와 화산이 어우러진 코스타리카. '푸라 비다(Pura Vida)'라 불리는 삶의 여유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이 나라에도 미소 뒤 그림자가 있다. 산호해풍 속 환상만 믿다간 소매치기·폭력 범죄·마약 조직의 교두보라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 코스타리카는 한국보다 14시간 느리며, 통화는 코스타리카 콜론(CRC)을 사용한다. 전력은 대부분 지역에서 120V / 60Hz를 사용하며, 콘센트는 미국식 A/B형이다. 스페인어가 주요 언어이고, 영어는 관광지 중심으로 통한다. ◇ 치안과 안전 상황 오랫동안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여겨졌지만, 최근 코스타리카는 폭력 범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사상 최고 수준의 살인 건수(약 900건)를 기록했고, 2024년에도 높은 수준 유지됐다. 전체 범죄의 상당수가 갱단과 마약 밀매와 연관돼 있으며, 지역 조직 간 세력 다툼과 운송 통로 확보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관광지와 대중 교통 이용 지역에서도 범죄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산호세 중심지, 해변 휴양지 자코, 타마린도, 리몬 지역 등이 특히 주의 대상이며, 밤 시간대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글로벌 럭셔리 관광 시장의 큰손인 아시아 부유층(HNWI)이 여행의 '낭만' 대신 '안정성'과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지도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이들은 장거리 해외여행을 줄이는 대신, 자국 내 최고급 경험에 대한 투자와 인접 아시아·중동 지역 집중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럭셔리 여행은 이제 '떠남'이 아닌 '가장 확실한 안정을 사는 행위'가 됐다는 분석이다. ILTM Asia Pacific이 2025년 발표한 설문조사(글로벌 부유층 및 고액 순자산가 450명 대상)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그룹의 심층 조사를 분석한 결과(아시아 7개국 부유층 1750명 대상), 아시아 부호들의 실용주의적 여행 선택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고빈도(高頻度) 여행의 귀환 : 해외 대신 '안방'이 표준이 되다 아시아 럭셔리 관광 시장의 핵심인 중국과 일본 부유층은 팬데믹 이후 자국 내 관광 선호도를 압도적으로 높였다. 이들에게 국내여행은 이제 연중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중국 부유층의 경우, 약 78%가 연간 3회 이상 국내여행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고급 숙박 시설과 서비스가 자국 내에서 충분히 확보되면서, 번